기무사의 민간인 감시.사찰…"독재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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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민간인 감시.사찰…"독재로의 회귀"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9.08.1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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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정원과 검경도 모자라 기무사까지 총출동해 뭐하나"
참여연대 "MB 정부는 대한민국을 감시 공화국으로 만들려나"

[매일일보=최봉석 기자] 군사독재정권 시대였던 지난 1990년 10월 4일, 윤석양 이병이 노무현, 이강철 등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민간인 1300여 명에 대한 사찰기록을 폭로하면서 보안사는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연일 보안사 폐지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결국 노태우 정부는 야당과 시민운동의 저항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민간인사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름을 국군기무사로 바꿨다.

이처럼 '역사책'에서나 존재해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법적인 민간 사찰을 해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기무사가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대규모로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은 이날 증거자료로 국군기무사 소속의 현직군인으로 추정되는 S씨의 수첩을 제시했는데 이 의원이 입수한 S씨의 수첩에는 지난 1월과 7월 사찰 대상자들의 행적이 날짜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메모돼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사찰자료에 등장하는 민간인들은 군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인데, 군과 관련 없는 민간인을 현역군인이 사찰했다면 이는 군사법경찰관의 수사한계를 규정한 군사법원법 44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게 이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S씨가 소지한 4장의 군 작전 차량증은 국방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 있고 사용부서.부대가 국군기무사령부로 돼 있으며, 발행관은 중령 K씨로 적혀 있다.

또 S씨의 수첩에는 지난 1월과 7월 다수의 사찰 대상자들의 행적을 메모한 내용이 있는데, 민간인 신분의 사찰대상자들의 행적이 날짜별, 시간대별로 비교적 자세히 메모돼 있다.

이밖에 수첩에는 수사활동 세미나 내용과 사찰을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 토의내용 등이 적혀 있으며 수사활동 세미나 내용에는 주소지 확인 방법 등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수첩에 메모된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면, 고급 아파트 출입시 소형차로는 곤란하므로 중장기 예산을 반영하여 이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는 부분, 필요 장비가 탑재된 승합차가 필요하므로 역시 중장기 예산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미 검토되고 있다는 부분, 거점 확보가 필요하므로 전세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유경험자의 사례를 반영한 활동 매뉴얼 작성, 외국 활동 협조자 구축 시 예산 필요, 일반 인터넷 설치 필요, 보고 문제 등이 적혀 있다.

토의내용에는 경찰과 동행, CCTV 설치 건 등이 메모돼 있는 것으로 보아 사찰활동을 경찰의 협조 아래 진행 중인 것으로 의심되고, 사찰 대상지에 대한 실시간 거점 감시가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의원 측은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군사독재시절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망령까지 되살리고 있으니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걱정"이라면서 "민주정부 10년은 무조건 부인하고 독재로의 회귀만을 꿈꾸는 이명박 정권이 참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과 검경도 모자라 기무사까지 총출동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라면서 "검찰인사도 불법공안인사로 도배를 하더니 아예 대한민국을 공안국가로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따진 뒤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군정보수사기관인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국방부와 기무사는 민간인 사찰의 이유와 범위를 스스로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는 기무사가 다시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와 사찰을 시작했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독재로의 회귀가 아닐 수 없다"면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각종 기본권의 후퇴와 억압에 이어, 구시대의 망령인 정보기관에 의한 정치사찰마저 이루어지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행태가 80년대 독재정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군기무사 공보관 측은 "S대위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장병을 수사 중이었고, 이 장병이 휴가 중 평택 쌍용차 관련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서 집회 참가를 확인하고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8월5일 평택역 집회에 갔던 것"이라고 이 의원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보관 측은 이어 "시위 참가자 40~50명이 수사관을 불법 억류했으니 공무집행방해와 특수폭행에 해당하므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맞대응했으며, 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는 단계지만, 합법적 사안이고 평택집회와는 관련 없는 별건인 수사 자료이며 합법적 자료에 해당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은 일부 진보단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폭로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국가정보원에 의해 한반도 대운하반대 교수모임 사찰, BBK 사건 담당 재판부 압력, 시민사회단체 후원기업 자료요구 등이 이미 밝혀진 상태다.

▲ /사진제공=이정희 의원실

/제휴사=국회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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