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리에서 싸우겠다는 민주당… 국민들 호응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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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리에서 싸우겠다는 민주당… 국민들 호응은 글쎄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08.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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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민주당이 결국 국정원 국정조사의 파행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있다고 주장하며 대여(對與) 투쟁의 장을 길거리로 확대시키고, 국민과 함께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이 정한 증인 채택 시한의 마지노선이었던 지난달 31일 오후, 김한길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돼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며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스스로 본부장을 맡아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1일 이곳에서 의원총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내용에는 원내협상과 원외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러한 선택은 국정원 국조 파행으로 분노하는 국민들과 함께 촛불집회를 열어 새누리당에 끌려가는 현 정국의 상황을 뒤집을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결국 무게는 장외에서 국민들과 함께 촛불집회를 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결국 국정원 국정조사의 정상화는 이미 물 건너갔고 국정조사는 파행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게 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대로 사태가 이러한 지경까지 가게된 건 새누리당의 책임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은데 이는 새누리당이 제기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에 민주당이 과도한 당력을 쏟아 부어 판을 키워 버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물타기 하기 위해 NLL을 들고 나왔다고 판단했다면 민주당이 빨리 거기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민주당 측에서 친노 인사를 중심으로 사활을 걸고 공방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정국의 무게중심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NLL 논란으로 넘어가버린 것이 아닌가.

결국 민주당의 장외투쟁 결정은 국민의 힘으로 정국 주도권을 재탈환하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활동시한이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국민들에게 국정조사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민주당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분명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에는 분노하고 있지만, 분노의 촛불을 과연 민주당이 주도하는 장외투쟁에서 들어줄 지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새누리당도 지금처럼 무성의한 자세로 국정원 국정조사에 임한다면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이 지금보다 더 커져서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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