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입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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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입법화하라”
  • 강시내 기자
  • 승인 2013.07.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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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입법 권고안 최종확정

[매일일보] ‘연명 장치’를 통해 생명이 붙어있는 상태를 이어가는 외에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자신이나 가족의 결정으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입법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3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13년 1차 회의를 열어 위원회 산하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특별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무의미한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심의해 최종 확정했다.

▲ 31일 오전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김성덕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최종 권고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 위원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생명윤리위는 ▲환자가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에 따라 특수 연명치료 중단 여부 결정 ▲환자 일기장이나 가족의 증언에 따른 ‘추정 의사’ 인정 ▲가족 또는 후견인의 대리 결정 등을 연명치료 중단 법률안에 담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임종(臨終) 단계에 접어든 임종기(dying process) 환자로, 이런 의학적 상태에 대한 판단은 의사 2인 이상의 검진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환자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대신 호스피스-완화 의료를 선택할 수 있다. 중단하는 치료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 투석·항암제 등이다. 하지만 환자의 통증은 계속 조절해야 하고, 영양과 물, 산소도 계속 공급해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의 명시적 의사에 따라야 한다. 즉, 원칙적으로 환자 자신이 현재 또는 곧 닥칠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관련 절차에 따라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뚜렷하게 밝힌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를테면 임종이 임박한 환자는 생전에 의사와 함께 상의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 Phys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를 통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연명치료 중단 뜻을 담아 미리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AD; Advanced Directives)’도 담당의사(또는 병원윤리위원회)가 확인하면 환자의 의사로 인정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명시적 의사 표시가 없을 때는 환자가 평소 쓴 ‘사전 유언(living will)’ 형식의 사전의료의향서가 있거나 가족 2인이 평소 환자의 뜻에 대해 일치하는 진술을 하고 의사 2인(담당의사가 아닌 전문의 1인 포함)이 확인하면 환자의 의사로 추정해 연명 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도 없고, 환자의 뜻을 추정할 수도 없을 때에는 대리인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즉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성년후견인 등의 적법 대리인, 그리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부모와 자식) 등 가족 ‘전원’이 합의하고 의료인 2인이 동의할 때는 가족이나 적법 대리인이 환자를 대신해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을 걸긴 했지만 대리 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 중에서 연락이 닿지 않거나 논의를 거부하면 제외하기로 했다. 특히 연명치료 중단 대상 환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부모 등의 적법한 대리인이 결정하고, 대리인이 없으면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환자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생명윤리위는 아울러 죽음에 대한 일반인과 의료인의 인식과 의식을 개선하고, 임종기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며, 호스피스-완화 의료 제도와 시설을 확충하고, 병원윤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등 환자들이 연명 의료에 대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문화적 토대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생명윤리위는 이런 최종 권고안을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으로 입법화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복지부는 생명윤리위의 권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이른 시일에 국회에 제출, 본격적으로 입법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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