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한 기업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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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기업으로 가는 길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3.07.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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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공공연하다시피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착한 기업’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곳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삼성 계열의 종합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24일 기업 윤리경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굿 컴퍼니 솔루션 센터(GCSC)’를 국내 최초 출범했다.

제일기획의 GCSC는 이른바 ‘착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착한 조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기업의 윤리경영 관리를 전담하겠다고 나섰다.

CSR 전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 청취, 네트워크 연대 프로그램 등 윤리경영의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기업 성격에 맞는 동반성장 솔루션 제공이 주요 골자다.

상생경영이 기업에 있어 하나의 주요 정책분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 이번 제일기획의 사업은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모 기업 관계자는 “국내 1위 대행사가 체계적인 컨설팅을 맡는다면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소 첫날임에도 불구, 기업 몇 곳에서 문의가 들어왔다고 제일기획 측은 설명했다.

착한기업을 만들어 주기 위해 국내 정상의 업체가 발 벗고 나선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일기획은 제대로 된 솔루션을 가지고 자사 상생경영을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 5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기획을 상대로 부당 하도급거래 여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기획이 광고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제일기획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사업을 수주한 뒤 이른바 ‘통행세’만 챙기고 이를 다시 하도급을 주는 문제가 빈번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업계의 곪아있는 관행이기도 하다.

실제로 제일기획의 그룹관련 매출은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와의 거래로만 45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53.7%에 달한다.

이러한 제일기획의 행태가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설령 자사가 ‘나쁜 기업’일지라도 실력을 갖췄다면 ‘착한 기업’을 위한 컨설팅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체계적인 윤리경영을 컨설팅한다는 회사가 불공정 거래로 운운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이번 사업을 계기로 제일기획이 향후 ‘착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착한 조직’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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