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속 판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수주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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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속 판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수주전 ‘치열’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1.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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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지지부진…대형사,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 진출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전담조직 꾸려…불붙은 주도권 경쟁
대우건설이  국내 최초로 벽식구조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워커힐 푸르지오’ 단지 전경.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국내 최초로 벽식구조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워커힐 푸르지오’ 단지 전경. 사진=대우건설 제공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신축 아파트 시장에 집중했던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 까다로운 데다 추진 가능 연한이 짧아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에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져 그동안 리모델링에 소극적이던 대형 건설사들도 전담조직을 만들고 사업 수주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18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전국 72개 단지(5만3890가구)로 2020년 12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32%가량 늘었다.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만 집계한 수치로,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더 넓힐 수도 있다.

리모델링이 확산하는 주된 원인은 높은 재건축 문턱이 꼽힌다. 재건축하려면 준공 후 30년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15년에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해 필요한 동의율도 66.7%로 75%인 재건축보다 낮다. 또 재건축과 달리 임대주택 공급 의무도 없고, 초과 이익환수제 대상도 아니다.

이런 와중에 분당, 일산, 산본,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입주 30년 차를 맞으면서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용적률이 높은 편이라 리모델링 사업 추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 5단지가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7조3000억원을 기록한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다. 수도권에서는 1기 신도시인 △고양 일산 △성남 분당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이, 지방에선 대전, 부산, 대구 등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이 늘고 있다.

업계에선 대형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예 전담조직을 꾸려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노리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영업실 내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말 정식 부서로 개편하고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 가로주택 사업 등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엔 2280억원 규모의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대우건설도 최근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하며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전담팀에는 △사업 △기술·견적 △설계·상품 관련 인력을 포진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아파트(쌍용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리모델링 사업권을 따냈다.

GS건설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서울에서 모두 3개의 리모델링 사업을 따내며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송파 삼전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4월 문정건영아파트 리모델링, 5월에는 밤섬현대아파트 리모델링까지 수주했다.

다수 대형 건설사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리모델링 사업 수주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내로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동작구 우성·극동·신동아(4396가구),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등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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