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액 줄이고 금리 올리고… 은행권 사상 초유 대출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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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액 줄이고 금리 올리고… 은행권 사상 초유 대출 옥죄기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7.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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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이는 시중은행...자영업자·서민들 '대출 절벽' 현실화
연내 금리 인상 공식화에 '눈덩이 이자' 경제 뇌관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본격 나선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도 임박하면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본격 나선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도 임박하면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사상 초유의 은행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자금 사정이 힘든 자영업자와 서민들에 대한 '대출 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대출 총량관리에 나선데다 7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 하면서 차주들의 이자 폭탄이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이 될 조짐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고 한도 2억5000만원 개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축소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6월 중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운데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같은 시기에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내려 사실상 대출금리로 올렸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3000만원 초과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연장·재약정 시 약정 기간의 한도 사용률 혹은 만기 3개월 전 한도 사용률이 모두 10% 미만일 경우, 최대 20% 한도를 줄였다. 하나은행은 최근 관리비 대출과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4종의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췄다.

은행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한데 더해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것 역시 대출을 옥죌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서 "현재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세심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언제든지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한 별도 조치를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 풍선 효과로, 2금융권으로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연간 증가율이 10%를 웃돌았다.

삼성생명의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은 21조32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2%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만 1조700억원 늘어난 셈이다. 한화생명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은 4조9084억원으로 1년 간 17.3% 늘었다. 푸본현대생명과 신한라이프도 1년 만에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이 10% 넘게 증가했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삼성화재가 1년 만에 13.8%가 증가한 10조8184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10.7% 늘어 1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 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은 각각 32조4603억원과 18조916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4.7%와 6.2%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전체 가계 대출채권 잔액은 각각 2.3%와 4.5% 늘었다.

더 큰 문제 중 하나는 대출 풍선효과가 이자 폭리를 취하는 '불법 사금융'으로까지 서민들을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달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대출영업을 손실로 판단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중 대출을 중단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조치로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 중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4만명 이상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거절돼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는 현재 신규대출을 중단하거나 시장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형 대부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지난해 말 차주 수와 신규대출은 각각 72만명, 1조3088억원이었다. 이는 2018년 말(134만명, 2조6119억원) 대비절반 정도 감소한 수치다.

한편 각종 지표들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주체들이 대출 이자 상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계 기업 부채는 4226조원으로 지난 1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 등 3대 경제주체의 총부채는 5086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3%까지 늘었다.

가계 부채만 따로 놓고 보면 1분기 총액은 1765조원으로 같은 기간 9.5% 불었다. 한은에 따르면(지난해 가계대출잔액,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 기준) 개인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소득별로 따지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6조6000억원을 이자로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가계대출 잔액을 대신 대입하고, 금리가 0.25%p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체 가계 이자 증액은 3조1859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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