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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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7.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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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정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가지고 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지 벌써 9개월이 다 돼간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결론을 짓지 못하고 네 탓, 전임 정부 탓을 하며 민생은 나 몰라라 한 여야에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친 게 사실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주도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NLL 논란을 질질 끌지 말고 끝내자”는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도 잇따라 NLL 논란 매듭짓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제는 털고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민생 돌보기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민주당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 때문에 9개월간 이어져 온 NLL 논란은 전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노-비노간 내홍이 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당내 화합을 통해 무모한 정쟁을 끝내고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정당이 자기들끼리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코웃음만 나올 뿐이다.

도대체 NLL 논란은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한 민주당의 대변? 아니면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공격? 그것도 아니라면 새누리당의 공격에 밀리지 않으려는 민주당의 반격? 수개월 동안 같은 문제로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새누리당은 최근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는지 검찰 수사에 진상규명을 맡기고 논란을 종식시키자고 뒤늦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NLL 논란을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로 넘겨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책임 공방으로 시간을 질질 끌었던 여야가 논란 해결의 방식에 관해서도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는데 결국 빈 깡통인 것으로 드러났다면, 이제는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출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쓸데없는 정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민생으로 돌아와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얻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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