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초읽기 크래프톤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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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초읽기 크래프톤 ‘기대 반 우려 반’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6.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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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 지적에 차이나리스크까지… 사업 확장성 관건
사진=크래프톤 제공
사진=크래프톤 제공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중복 청약 막차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그간 부인해왔던 중국 텐센트와의 밀월 관계가 드러나면서 신뢰성에 흠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 게임 지식재산권(IP)에 의존적인 사업 구조도 고평가 우려를 사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14∼15일 일반청약을 받고 7월 중 상장할 예정이다. 중복 청약이 금지되는 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형 공모주가 됐다.

공모 주식은 신주모집 703만주와 구주매출 303만230주를 포함해 총 1006만230주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45만8000∼55만7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4조6000억∼5조6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 공모액은 2010년 삼성생명의 4조8881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시가총액을 35조736억원으로 산출했다. 순이익 7760억원에 비교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45.2배를 곱한 수치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7개의 비교 대상 기업을 선정해 가치를 산정했다.

무리한 비교 기업 선정으로 가치가 다소 높게 산정됐다는 시각도 있다.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의 경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게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크래프톤의 사업 구조와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영화 등 미디어 사업까지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들 글로벌 기업과는 사업 규모에서 간극이 크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매출은 1조6704억으로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2조4162억원과도 차이가 있다. 

다른 불안요인은 ‘차이나 리스크’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항목에서 텐센트의 ‘화평정영’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평정영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표절 게임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간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지만 상장 준비 과정에서 관계성이 드러난 것이다.

크래프톤은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를 우려해 사실상 우회적으로 현지에 진출해 수익을 얻고 있었던 셈이다. 향후 중국에서 화평정영까지 규제를 받게 될 경우 수익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크래프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의 68.1%는 특정 관계사로부터 발생했으며 이 회사는 텐센트로 파악된다.

국내외에서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도 개발과 해외 운영은 텐센트가 주도해왔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지분 15.5%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의 지분은 16.43%로 0.91%포인트 많을 뿐이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 의존적인 사업구조도 약점으로 꼽힌다. 동일 IP를 활용한 신작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와 영화 ‘그라운드 제로’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새로운 IP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크래프톤은 당분간 배틀그라운드 IP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상장한 하이브도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95% 이상 급등해 30만원을 돌파했다. 하이브의 경우 BTS의 팬덤을 기반으로 ‘위버스’ 플랫폼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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