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건 트렌드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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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건 트렌드에 관한 고찰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6.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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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진짜 요즘 비건이 트렌드 맞아요?

”얼마 전 한 점심자리에서 받은 질문이다. ‘MZ세대의 비건 트렌드’가 하나의 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 주변에서 채식주의자를 마주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MZ세대의 전성기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식품업계에서는 MZ세대의 입맛에 맞는 비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비건(Vegan) 트렌드는 MZ세대가 이끄는 대표적인 소비 기류 가운데 하나다. 가치소비와 맞물려 환경과 동물권을 고려하는 이들이 소비계의 큰손으로 자리 잡으며 비건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비건은 채식주의 식습관의 한 갈래로서 그 습관을 형성하는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그 중에서도 비건은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로, 육류뿐만 아니라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이다. 한국의 채식주의자 수는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150만명을 넘기며 10배 이상 증가했다. 비건 인구는 50만명 정도로 전체 채식주의자의 3분의 1 가량으로 추산된다.

150만 채식주의자들의 일상은 험난하다. 현대 사회에서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현대인은 식사 자리에서 말문을 트며 친분을 쌓는다. 때문에 타인과 함께하는 식자자리에서 ‘채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습관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국내 비건 식당은 전국 약 4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외식업체 수의 0.01% 정도다. 비건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서는 밥 먹을 곳이 적다는 이들의 불편함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태도나 분위기가 용인되는 이유다.

“골고루, 못 먹는 것 없이 먹는 사람이 건강한 거 아니겠어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원만하다는 증거죠”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은 공적인 자리에서 채식주의자임을 밝힌 뒤 이 같은 말을 듣는다. 비육식을 지향하는 한 지인은 평소 ‘식사 자리도 사회생활의 일부’라며 본인의 식습관과 다른 음식을 강요받기도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식습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쏟아지는 비건 제품은 일시적 트렌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소수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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