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외식업 '걸음마'…"비건은 집밥만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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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외식업 '걸음마'…"비건은 집밥만 먹나요?"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5.1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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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이용 가능 식당, 전국 500개 미만
지난해 채식주의 인구 200만명 넘겨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비건 레스토랑 모습.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비건 레스토랑 모습.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국내 비건(채식주의자) 식당이 전체 외식업체 수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채식주의자 인구가 늘어 식음료뿐만 아니라 화장품 분야까지 비건 제품이 활발히 출시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11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비건 레스토랑은 전국 350~400개로 추정된다. 국내 외식업체 수가 약 67만개임을 고려하면 채식주의자가 방문할 수 있는 식당이 충족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비건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채식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증가했고, 지난해 경우 전체 인구의 2~3% 수준인  2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채식주의자를 고수하지 않더라도 동물권과 환경 등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 기조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며 관련 시장의 성장성은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트랜드에 발맞춰 식품은 물론 패션·뷰티업계까지 비육식주의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거노믹스'(비건+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풀무원 '두부텐더' 조리예. 사진=풀무원 제공

실제 풀무원은 최근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하고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 비건 요거트 ‘식물성 엑티비아’등 3종, 대체육 치킨너겟 ‘두부텐더’ 등을 출시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외에도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식물성 햄버거 패티 등 대체육을 선보이며 국내 비건식품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비건 외식산업의 성장 미진으로 채식주의자들의 일상생활 속 불편함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채식주의자가 육류, 액젓 등 생선, 유제품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일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비건의 경우 전국 500개 미만의 식당을 제외하면 외식이 어렵다.

육류를 제외한 어패류, 채소 등을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 안모씨(28·남)는 “평소 혼자 음식점을 이용하는 경우 특정 재료를 빼달라고 요청한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키오스크 주문이 늘어나 그마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생활에서는 특히 회식 메뉴를 정할 때 곤란함을 겪는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늘 하루만 먹지 그래?’, ‘앞으로 사회생활 길게 하려면 고기도 먹어야 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전했다.

채식연합회 관계자는 “채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채식 관련 인프라 개선과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은 수의 비건 전문 식당도 필요하지만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채식 문화가 확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공공기관, 학교, 기업 등의 식당이 채식주의자들의 식품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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