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일상, 유리창에 카네이션 다는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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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일상, 유리창에 카네이션 다는 자녀들
  • 이정수 기자
  • 승인 2021.05.06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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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
A 씨는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고 어머님을 바라 보고 있다.
A 씨는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고 어머님을 바라 보고 있다.

[매일일보 이정수 기자] “카네이션 하나도 달아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머님 가슴을 대신해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때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대구시에 사는 A(女·사진) 씨는 중증 치매로 거동이 불편해 동명면 한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구순이 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그는 지난 5일 가족들과 함께 어머님이 입소해 있는 바오로둥지너싱홈 요양원으로 면회하러 갔다. A 씨에게는 이날 면회가 어버이날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특별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카네이션과 꽃다발을 준비했지만, 그의 작은 바람은 코로나19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요양원이 예외 없이 대면 면회를 금지해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면회 인원 제한으로 A 씨와 그의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 4명은 면회실 밖 유리창 너머로 어머님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어머님은 저를 보시면 눈물을 흘리신다. 코로나19를 잘 모르는 어머님이 혹시나 자식들이 일부러 어머님을 멀리한다고 오해 할까 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요양원·요양병원의 대면 면회를 14개월째 금지한 가운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A 씨처럼 자식들의 애절한 사모곡이 잇따르고 있다.

이성우(왜관읍·44) 씨는 “5월이 되니 어머님의 품이 더욱 그립다”며“면회 때마다 아들의 손을 잡으려 손을 내미는 어머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라며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 비대면으로 면회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최영희(석적읍·54)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자주 요양원을 찾아가 어머니의 건강을 살피고 어버이날에는 어머님을 집으로 모셔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하루빨리 대면 면회가 허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요양원 입소 부모님과 자식들의 간절한 소망은 곧 이루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2주가 경과 되면 대면 면회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칠곡군에는 요양원 25곳, 요양 시설 4곳, 요양병원 4곳에 1000여명이 입원 또는 요양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입소자는 1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백신 수급이 원활하다면 5월 말부터 2차 접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르면 6월 14일부터 15개월 만에 부모님과 자식들의 대면 면회가 시작될 전망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부모님 손을 잡아 드리는 것이 얼마나 큰 효도이며 기쁨인지 잘 알고 있다”며“신속하고 안전한 백신 접종으로 가족의 정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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