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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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으려면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5.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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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가상(암호)화폐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800억달러(약 90조00억원)까지 불어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인 모더나(682억달러),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 (788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도지코인은 2013년 IBM 출신 개발자들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유행하는 사진 또는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가상화폐다. 개발자들이 공공연히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점을 내비쳤을 뿐 아니라 채굴에 제한이 없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도지코인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SNS에 언급될 때마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변동성 높은 가상화폐 중에서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종목이 됐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가격 등락폭이 커 투자원금을 잃을 위험성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 가치를 확언할 수 없는 만큼 투기성 자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지코인이 아니라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의 기술적 특성이나 가치보다는 차트의 추이에 주목하며 높은 수익성을 찾아 뛰어든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를 구성하는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위‧변조를 불가하게 하는지, 또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어떤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갈 곳을 잃었다. 전통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멀어져 갔고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가상화폐는 그 중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처로 인식됐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 변동성 위험에 노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 안전장치 마련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왔다. 주식시장과 같이 거래소의 검증과 투자자 보호 기능이 없는 가상화폐 시장을 ‘어른이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칭할 뿐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과세에는 나섰다. 내년부터 가상화폐를 양도 또는 대여해 얻은 소득이 연간 250만원이 넘을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율 20%(지방세 제외)로 분리 과세한다. 투자자들의 반발에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는 당연하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당국의 과세 논리는 얼핏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맹점이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국가라는 존재가 구성원인 국민이 안위를 보호받기 위해 스스로 권한을 나눔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 본다. 그 국가 운영을 위한 세금인 만큼 국가가 역할을 하는 곳에 과세 권한이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가 제도화를 통한 안전장치 마련이라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투기를 막기 위한 징벌적 장치나 국고를 채우기 위한 수단에 그친다면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00만명 이상이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하고 있어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기에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위험에 노출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의 훈계가 아닌 보호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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