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심과 민심의 이중주, 민주당의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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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심과 민심의 이중주, 민주당의 진짜 위기다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1.05.05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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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4.7 재보선에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 한달이 돼 가는 지금 여권은 문자폭탄 논란이 한창이다. 겉으로는 '열성 권리당원의 과잉 행동이냐' 아니면 '적극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듯하지만, 실상 민주당 내 고이고 고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많다. 소수의 열성 친문 당원들이 패권을 차지하는 이른바 '친문 패권' 논란의 재현인데, 이번에는 문제가 과거보다 심각하다. 친문이 주도하는 당심과 민심 간 분명한 괴리가 지난 재보선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심과 민심은 오랜 화두였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심과 민심 간 괴리를 경험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경선을 앞두고 당심은 이인제 후보를, 민심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당이 도입한 국민참여 경선은 노무현 후보의 극적인 승리를 견인했고, 결국 대선에서도 노 후보가 승리하며 '민주당 정권 10년'이 열릴 수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정반대였다. 당심은 정동영 후보로, 민심은 손학규 후보로 확연히 갈렸는데, 정 후보는 본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민심에 부합하는 후보를 국민에게 선보이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손쉽게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지만 본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2022년 대선이 불과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민심과 괴리된 당심이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재보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지 한 달이 돼 가도 당심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의 변화를 막으려하니 더 큰 문제다. 앞서 살펴봤듯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심과 민심의 합주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것도 그냥 합주가 아닌 완벽한 합주여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현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당심과 민심의 합주는커녕 당심을 택할수록 민심이 이반되는 반비례 관계가 민주당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를 단순히 당내 소수 반대자가 문자폭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대단히 안일한 태도다. '문자폭탄(문제)를 그만 말하라'는 것은 당심과 민심 간 괴리를 방치하자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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