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세대를 위한다면 부동산 정책에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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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를 위한다면 부동산 정책에 손대지 마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5.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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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20∼30대를 일컫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가 가장 주목받은 유권자층으로 떠올랐다. 4년여 전 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주도하며 문재인정부 출범에 가장 큰 힘을 실어주었으나 이번 선거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조국 사태’와 ‘인천국제공항 사태’ 등 잇단 공정성 논란에 선거 직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터지면서 노력하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꿈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꿈도 점점 깨져가던 MZ세대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따라 ‘민심’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청년층을 비롯한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우대폭을 확대하고 그 대상을 넓힐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인 무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한해 매매가격이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원)인 주택을 매매할 때 현행 10% 포인트 우대해주고 있는 데 이를 10%포인트 더 가산해 적용하는 식이다.

송영길 의원은 더 나아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최대 90%까지 풀 것을 제안했다. 현재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의 LTV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40%, 조정대상지역은 50%, 기타 지역은 60%로 규제하고 있다.

조금 더 쉽게 혹은 누구나 집을 가질 수 있게 해 MZ세대의 민심 이반 기저에 깔린 ‘불공정’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분법적인 발상으로는 이들이 처한 현실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다.

빚을 지고 내 집 마련을 하는 순간 부동산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소득 대부분이 빚을 갚는 데 쓰는 처지가 되면 집값 상승은 유일한 부의 증식 수단이 된다. 또한, 집값이 상승하지 않고는 노후에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누군가 부를 증식시키거나 노후를 대비하려다 보면 또 다른 누군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MZ세대가 기성세대로 변모했을 때 큰 충격파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집값에 아무리 변수가 많다고는 해도 수요가 줄면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물론 입지 좋고 희소성 높은 인기 지역이라면 돈 많은 계층이 몰리면서 변함없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노력과 관계없이 일명 ‘부모찬스’를 통해 재산증식 기회를 독점, 부의 편중이 더욱 심화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달라질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이 단지 욕망이나 투기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문제와 결부되는 한 집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와 집값 안정 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욱 공고히 될 뿐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고 또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데 더욱 집중하는 진정성이야말로 MZ세대가 민주당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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