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통신] 잇섭 ‘나비효과’…정부, 이통3사 ‘인터넷 속도 제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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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통신] 잇섭 ‘나비효과’…정부, 이통3사 ‘인터넷 속도 제한’ 조사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4.23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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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T유튜버 잇섭 영상 캡쳐
사진=IT유튜버 잇섭 영상 캡처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10Gbps(기가비피에스)가 아닌 100Mbps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72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IT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인터넷 속도 제한 논란이 국회로까지 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인터넷 상품인 10기가(10Gbps)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론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로 서비스되고 있었고, 이에 대한 회사의 대처도 부적절했다는 내용이 지난 17일 영상으로 폭로됐습니다.

잇섭이 사용하고 있던 인터넷 회사는 KT입니다. KT는 논란이 확대되자 21일 홈페이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10기가 인터넷 품질 관련 사과의 말씀’이란 제목의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품질 저하의 발생 원인을 파악한 결과,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10기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전체 고객을 조사해 총 24명의 고객 정보에 오류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 조치를 했다”고 전했죠.

구현모 KT 대표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1’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이 KT 기가인터넷을 사랑해주시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스럽다”며 “내용을 조사해보니 시설을 옮길 때 속도 설정 부분이 잘못돼 있었고, 고객 응대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KT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의심을 받는 상황이죠. 지난해 4분기 기준 이통3사 인터넷 가입자 수는 KT 917만1000명,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 647만6000명, LG유플러스 452만9000명으로, 총 2017만6000명 수준입니다. 문제가 됐던 10기가 인터넷 사용자는 300명 수준이지만, 다른 속도의 인터넷 가입자들도 서비스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사안이 지속해서 커지자 국회가 나섰습니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주요하게 다뤘죠.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KT에 대해 선착수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속도 제한 논란의 실태점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죠.

김 부위원장은 또 “10기가 상품은 물론이고 하위 제품에 대해서도 조사 계획이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면 하겠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민의 공분이 큰 만큼 제대로 대처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방통위와 같이 실태조사를 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순서”라며 “살펴보고 필요하면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죠.

문제가 발생한 KT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기업으로 확대하고, 그 대상도 일부 초고속 인터넷 상품만이 아니라 모든 속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겠단 계획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KT 10기가(Giga) 인터넷의 품질 저하’ 관련 공동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확대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슈가 잠잠해지면 다시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는 불신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는 만큼 사실상 정부 기관의 실태조사가 전부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도 보내고 있죠. 이통3사 모두 자체 조사를 벌이고, 소비자들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여전할 전망입니다.

담당업무 :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취재합니다.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콘텐츠 소식을 알기 쉽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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