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민 배려 없는 '중랑구 직소민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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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민 배려 없는 '중랑구 직소민원실'
  • 진용준 기자
  • 승인 2013.07.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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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용준 전국부 기자
[매일일보 진용준 기자]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최소한 해결은 못해도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기라도 바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취재하다 보면 합법적으로 행정대집행이 실시됐는데 불구 주위를 안타깝게 하는 사연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주민들은 해당부서에서 해결이 안되면 구청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포장마차 주인의 딸이라고 밝힌 학생이 어머니가 운영중인 포장마차가 전국노점상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위 노점상은 놔둔채 해당 노점상만 철거되자 "빽없고 힘없으면 철거당하냐"며 구청장에게 하소연하는 사연.

또는 집이 철거당하고 땅이 넘어가는 등 구청의 행정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며 오랜기간 동안 구청앞에서 노숙 농성하는 노부부의 이야기.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나 서민들의 고충을 지자체장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마련된 '직소민원 제도'가 대부분의 시군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랑구 구정질의에서 구의 직소민원실이 매년 예산을 투입하며 운영되고 있으나 누가, 어떤 민원인지, 해결 여부 등의 간단한 내용이 미기록 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직소민원실에 투입된 예산(업무추진비)이 정확히 어디에 쓰여졌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반면 인근 지자체들은 예산을 따로 책정하지 않고 민원내역은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중랑구는 '주민'들이 구청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는 직소민원실에 '주민' 혈세를 들이고 있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기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점은 과거 천민들도 수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소지'라는 진정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지는 이른바 민원관계 문서로 신청자의 주소ㆍ이름ㆍ내용ㆍ수신처ㆍ연월일 순으로 작성돼 소지를 수령 및 관계된 관아에 올리면 해당관원은 그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식이다.

특히 조선시대 왕의 특명을 받은 암행어사가 지방군현 수령의 탐학한 정치를 판단하는데도 중요 자료가 됐다.

이에 과거와 오늘을 돌이켜 봤을때도 서민들의 간절함이 담긴 기록은 중요하다. 해당부서에 해결이 안돼 수장을 찾는 목소리는 더욱 소중할 것이다.

중랑구는 직소민원실내 민원내역 미기록에 대해 "해당부서에서 기록하는데 이중적인 기록이 비효율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과거 천민들이 탐관오리의 횡포에 못이겨 수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간절함, 현재 서민들이 지자체장에게 직접 이야기 들어달라는 마음.

그 마음의 깊이를 헤아렸다면 민원 목소리를 기록하는 절차마저 비효율적인 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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