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공회전 '실손 청구 간소화법'...또 국회 문턱 못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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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공회전 '실손 청구 간소화법'...또 국회 문턱 못 넘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2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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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사장단, 정무위원장 만나 입법 건의 '단체행동'
21대 국회 간소화법 발의만 '4건'..."의료계 반발 넘어야"
10여년간 논의만 반복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2019년 4월 시민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 모여 간소화법 도입 촉구 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0여년간 논의만 반복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2019년 4월 시민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 모여 간소화법 도입 촉구 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보험업계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다시 공론화되며 이번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의 보험청구 절차의 간소화에 대해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와 의료계 등 각 이익단체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12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이 법안이 4000만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 사장단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을 국회에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박상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간담회를 가진 사장단은 실손보험 청구량이 연간 1억건이 넘을 정도로 막대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상태로 청구되는 것이 아니어서 보험사가 일일이 전산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엔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업계 의지는 결연하다. 앞서 올해 초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과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도 실손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핵심 과제로 꼽으며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권도 관련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병욱 의원의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네 번쨰로 발의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해당 법안은 소비자가 병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실손보험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하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비자가 병원·약국 등에 진료비 계산서 등을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관련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서류 전송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한다.

이는 가입자가 전 국민의 76%(약 3천800만명)에 이르는 등 실손보험이 보편화됐지만, 상당수가 번거로운 절차로 청구를 포기한다는 진단에 따라 마련된 법안이다. 실제 2018년 보험연구원의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약 90%가 청구 불편 등으로 소액의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고 답했다.

현재 소비자는 실손 보험금 수령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병원·약국에서 증빙자료를 받아 보험설계사 또는 팩스를 통해 전달하거나, 직접 보험사를 찾아 청구서와 함께 제출하는 식이다. 그러나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병원과 보험사가 전산망으로 연결됨에 따라 소비자는 서류 증빙 없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의료계가 여전히 반대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환자의 질병 정보를 자신들의 이익(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고,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 또한 없다는 논리에서다.

결국 국회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고, 지난해 12월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를 논의했으나 불발에 그친 바 있다.

정길호 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는 "의료기관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의료서비스의 결과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공해야 하므로 실손보험 청구에 있어 명백한 당사자"라며 "교묘히 보험 계약관계만 거론해 당사자가 아닌데도 기록전송의 책임만 부여받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시스템으로 인해 보험사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서류를 발급하는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행정부담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를 포함한 모두의 편의를 고려해서라도 법안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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