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41년 만에 완전자본잠식…갈 길 먼 경영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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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41년 만에 완전자본잠식…갈 길 먼 경영정상화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1.04.2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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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이자 비용만 4천억원…부실자산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
석유공사 입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석유공사 입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외 차입금 의존도가 83%에 달하면서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원 늘었다.

반면 자산은 이 기간 18조6618억원에서 17조5040억원으로 1조1578억원 감소했다.

석유공사 부채는 2006년 3조5000억원대였으나 2011년 20조원을 넘어섰다. 2017∼2018년에는 17조원대에 머물다가 2019년 18조10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석유공사의 차입금 의존도(이자부담부채/총자산)는 83%에 달했다.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14조6685억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4000억원이 넘는다.

석유공사가 부채의 늪에 빠진 데는 4조8000억원이 투입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 1조원가량이 투입된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벌였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한 탓이다.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 매장량 확보를 위해 해외 석유개발기업 인수합병(M&A)과 자산인수를 확대하면서 이를 위한 외부차입이 증가해 2008년 이후 이자 부담 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42.29달러로, 전년의 63.53달러보다 33%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가 과거 배럴당 80∼100달러대 샀던 해외유전 등의 자산가치도 낮아졌다.

석유공사는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부실 자회사를 매각하고, 내부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올 초에는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 지주회사(OIG) 지분 50%를 전량 매각했다. 석유공사는 콜롬비아 국영석유사 에코페트롤과 함께 2009년 사비아페루를 인수하고 생산 유전 1곳과 탐사 광구 1곳을 개발해왔다.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 비우량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에도 나선다. 오는 6월부터 대륙붕 유망 지역 내 탐사 시추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 가스전 시설을 활용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달 말 심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최근 2년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와 별개로 2017년 유동성 부족으로 코람코에 2200억원에 매각한 울산 본사 사옥을 재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매각 당시부터 매년 85억2700만원씩 5년간 약 426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낸 탓이다.

공사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쓰기보다 재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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