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공급대책, ‘집값 안정-규제 완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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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공급대책, ‘집값 안정-규제 완화’ 가능할까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1.04.1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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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되던 서울 집값, ‘오세훈 효과’에 상승폭 확대
주요 재건축 단지, 최고가 경신·호가 억대 상승해
“규제완화는 집값 상승 요인…속도조절 불가피”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잠시 숨 고르기를 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잠시 숨 고르기를 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 공급’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움에 따라, 규제 완화 기대감이 부풀고 있어서다. 전반적인 서울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주(12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노원구(0.17%), 송파구(0.12%), 강남·서초구(0.10%), 양천구(0.08%), 영등포구(0.07%)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서울 25개구 중 전주 대비 상승폭이 줄어든 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오 시장 당선으로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빠르게 번지면서, 정비사업 단지가 몰린 지역들이 서울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각에선 집값 불안이 다시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일반 아파트 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5년간 18만5000가구를 짓겠다는게 오 시장 공약의 핵심이다. 특히 오 시장은 재건축 공약으로 주거용 건물 층수 35층 제한 폐지, 용적률 완화, 인허가권 간소화 등의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

오 시장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카드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인데, 문제는 집값이다. 실제 오 시장 취임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 대장주’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면적 245㎡은 이번 재·보궐 선거 직전인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보다 13억원 높은 가격으로, 올해 전국 최고가 아파트 거래 기록을 세웠다. 현재 해당 주택형 호가도 모두 80억원대로 올라서 최고 85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 1·2·3차 아파트 전용 80㎡ 지난 6일 18억1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돼 지난해 8월 17억7500만원보다 3500만원 올랐다. 호가도 18억700만~19억원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여의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 전용 79㎡는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가 19억원대에 형성된 매물이 다수로, 최고 19억2000만원 매물이 나왔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역시 전용 66㎡가 지난 9일 17억6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호가는 20억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처럼 서울 재건축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오 시장은 취임 이후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를 완화를 공언하던 모습에서 속도 조절론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최근 ‘일주일은 의지의 표현이며 두 세달 걸린다“며 번복했다. 또 오 시장은 집값 안정 카드로 토지거래허가제 카드까지 언급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비슷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추진과 집값 안정은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과제로 보고 있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은 “규제 완화는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집값 상승요인인 만큼, 오 시장이 공약한 규제 완화를 실행한다면 집값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중앙정부 권한으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데다, 오 시장의 입장에서도 집값 급등은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집값을 단기적으로 자극할 수 밖에 없다. 노후지역이 개선되면 당연히 기대심리만으로도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노후지역을 그대로 더 방치하는 것도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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