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오세훈표 규제 완화…정부·여권·시의회 등 견제 표면화
상태바
제동 걸린 오세훈표 규제 완화…정부·여권·시의회 등 견제 표면화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1.04.15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보궐선거 이후 재건축단지 상승 우려…철저한 관리"
서울시의장 "재건축 들썩…'35층룰' 풀어 가격 폭등하면 옳지 않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하는 오세훈 시장. (사진자료=연합뉴스)
서울시청에서 브리핑하는 오세훈 시장. (사진자료=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취임 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라는 정치적 자산으로 당선됐지만 재건축·재개발로 집값이 폭등하기라도 한다면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와 여당, 서울시 의회는 오 시장의 부동산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며 견제에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 속도와 관련 "사실 1주일 내 시동을 걸겠다고 한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다”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차에 시간이 필요한데다 재건축 아파트의 최근 가격 급등세를 감안할 때 급하게 사업을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줄곧 강조한 '스피드 공급'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 시장의 언급처럼 35층 층고 제한이나 용적률 규제를 풀려면 도시계획위원회나 시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도시계획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쪽에 가까운데다 서울시 의회는 여당이 압도적이다. 오 시장이 서두른다고 일이 술술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른바 '오세훈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도 큰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의 전용면적 99.38㎡(10층) 아파트는 이달 1일 28억원에 매매돼 지난해 11월의 26억원(8층)에 비해 2억원이 뛰었다.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60.28㎡는 지난 5일 54억3000만원(8층)에 팔렸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12월 7일 42억5000만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무려 11억8000만원이 치솟았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 79.07㎡는 지난달 15일 12억4000만원(13층)에 거래돼 지난해 9월 10억4500만원(4층)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서울 도심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정부와 여당, 서울시 의회가 동시에 출격해 오 시장을 견제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보궐선거 전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기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발 기대감을 부추기지 말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다 푼다고 했는데 생각해볼 문제다”면서 “한강변에 60~70층 아파트를 들어서게 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한번 살펴봐야 한다"며 "정책 기조와 방향을 크게 흔들면 시장이 더 불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9억에서 12억으로 하더라도 그 구간에서 얼마나 부담하는지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지 앞으로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차분히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생애최초의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 실수요자들, 특히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대한 대출 규제는 현실에 맞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당인 김인호 서울시 의회 의장도 지난 14일 KBS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벌써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하는데 가격이 폭등하면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멀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의회와 충분히 협의를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35층 규제를 푸는 부분은 시장 전결사항이지만 서울시의회 국토계획법에 따라 시의회의 의견 청취를 의무로 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용적률 완화 계획과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300%까지 가능한데, 서울시는 조례로 250%까지 제한을 두고 있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적률을 풀 때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그런 이익에 대한 환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