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이자에도 요구불예금엔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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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이자에도 요구불예금엔 ‘뭉칫돈’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1.04.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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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18조원 이상 늘어…“투자처 잃은 대기성 자금 영향”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0%대 이자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요구불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다 보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일제히 은행으로 달려간 영향이다. 돈이 과도하게 몰리다 보니 은행에선 되레 고심이다.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최근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요구불예금을 쌓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56조484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월(638조2397억원)보다 18조2443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609조2868억원)까지만 해도 전월(615조5798억원)보다 6조원가량 감소했었지만, 2월 28조9529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말 증가분까지 합하면 두 달 새 47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시 입출금 방식 때문에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요구불예금에 뭉칫돈이 몰린 배경은 최근 주식시장 열기가 주춤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4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가 지급된 데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 자금이 은행 내 투자 대기성 통장에 쌓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최근 요구불예금 증가는 ‘골칫거리’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에 불과해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이용해 대출 영업을 하는 만큼, 고객에게 주는 예금 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진다. 즉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한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은행 입장에서 이자이익을 올리기 쉬운 셈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각 은행이 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각 대출의 우대금리와 한도를 축소했고, 이에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3조~4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요구불예금이 41조원가량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이보다 4분의 1 수준인 1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일시적으로 요구불예금으로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다만 대출 증가 속도에 비해 요구불예금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예금 금리 하락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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