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가진단 키트’ 도입 정말 괜찮나…의료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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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가진단 키트’ 도입 정말 괜찮나…의료계 “실효성 의문”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1.04.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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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환자 민감도 20% 이하…감염자 판별도 50%↓
전문가들 “실제 상황서 무용지물…오히려 확산 부추겨”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방역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가진단 키트가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무증상 감염자의 민감도가 20% 이하를 맴돌고 있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세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자가진단 키트는 10~30분 안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민감도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감염자를 판별해내는 비율이 50%에 불과하고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으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어 감염 확산세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중앙정부가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신속한 사용 승인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방역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약국과 식료품점에서 키트 구입이 가능하고 영국에서도 주 2회 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식약처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항원진단키트 ‘Standard Q COVID-Ag Test’를 정식허가한 바가 있다. 하지만 대한의학지에 공개된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Standard Q COVID-Ag Test는 기존 유전자 증폭 검사 대비 17.5%의 민감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

게다가 항원 진단키트를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해야 하며, PCR 결과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보조적 도구로 허가해 한다는 단서를 달았기에 자가 검사에 항원진단키트를 허용하는 허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영업장 자가진단 키트 활용을 전제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이 시행된다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지는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방역체계에 매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민감도가 떨어진 자가진단 키트는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확산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민감도가 낮은 코로나19 환자는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며 “다양한 검사방법을 도입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가진단키트 검사로 노래연습장 등 입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은 방역관리 차원에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자가진단키트는 임상연구도 없었고, 업체에서 민감도가 90%라고 주장은 하지만 이는 바이러스 농도가 진한 검체로 한 결과”라며 “실제 상황에서는 40%이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자가진단을 통해 음성이 나온 무증상 확진자가 거리를 활보한다면 확산세를 더욱 심화시키는 꼴이 된다”며 “분명 자가진단 키트 도입은 언젠가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현재 나온 제품으로는 방역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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