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 헛발질 이었나…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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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영끌’ 헛발질 이었나…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4.1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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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하 매수 최다였던 지난해 7월, 거래 상위 6곳 살펴보니
올해 2월까지 평균 1767만원↑ , 중위가격 상승분 3004만원 밑돌아
집값 안 오르고 금리 오르면 ‘하우스푸어’로 전락 가능성 매우 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20‧30 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말 옳을까.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가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7월 이후 아파트값 상승세를 살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는 지난해 7월 5907건으로 3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에 이르렀다.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자 젊은 층 사이에서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 공황 매수세가 거셌다.

당시 30대 이하 거래량 비중이 큰 상위 6개 자치구를 살펴보면 송파구(342건)와 성동구(315건)를 제외한 강서구(605건), 노원구(538건), 성북구(376건), 구로구(345건) 등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투자 수요가 아닌 실거주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 가격대는 6억원 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영끌’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통상적인 분석과 달리 해당 자치구들의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다. 

도리어 고가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 구로구 650만원(5억2750만원→5억3400만원), 성동구 1050만원(89400만원→90450만원), 강서구 1450만원(60850만원→62300만원), 성북구 1900만원(59450만원→61350만원), 노원구 2200만원(45300만원→47500만원) 등의 순으로 상승했다.

서울 평균 중위가격 상승분(3004만원)을 웃도는 자치구는 송파구3350만원(12억6000만원→12억9350만원)밖에 없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17개 자치구가 서울 평균 중위가격 상승 폭보다 적었는데 이 중 12개 자치구의 집값은 6억원 중반대 이하였다.

문제는 대다수 중저가 아파트 ‘영끌’ 수요가 임금이나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2억원을 주택담보대출을 3.18% 금리로 받았고 제2금융권에서 약 8.5% 금리로 2억원을 추가로 빌렸다면 월 납입금은 각각 86만2747원, 153만7827원이다. 

매년 은행에 갚아야 할 돈만 2880만6888원에 달한다. 집값이 2000만원씩 오르지 않으면 이자도 충당할 수 없는 셈이다. 만약 금리가 1.0% 올라도 은행에 매년 갚아야 할 돈은 308만2020원이 늘어난다.

국내은행들은 당장 2분기 가계 대출, 특히 주담대의 문턱을 높인다고 예고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심사 기준을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고 신용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고액 대출의 경우 원금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2006년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됐던 시기를 다시 노는 것 같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미뤄 볼 때 ‘서울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며 낙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인구가 줄어들면 청년들이 무리해서 샀던 집을 높은 가격에 되살 사람이 장기적으로 없어질 수 있다”며 “그런데도 언론에서 ‘영끌’이라는 단어로 50·60대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20·30대에게 사라고 사실상 부추기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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