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싸구려보험'으로 민원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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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싸구려보험'으로 민원 ‘물타기?’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07.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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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감축이 아닌 고객 정보 얻기 위한 상품”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흥국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저율 보험이나 제휴 보험으로 민원발생률을 억지로 낮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근 모든 직원에게 연간 보험료 최저 300원짜리 교통사고 재해보장 보험 ‘처음 만난 흥국생명’을 1인당 40건씩 계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100원 보험’으로 불리는 이런 저율 보험 상품은 보장 내용이 간단하고 임직원들이 가족이나 친지 등을 상대로 영업하므로 민원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올해만 10만 건 이상 팔린 이 보험은 민원이 아직 1건도 없었다. 지난해 민원발생건수도 2건에 불과하다.

임직원들이 수십 건의 보험계약을 타인 명의로 하고 보험료를 모두 자신들이 낸다고 해도 보험료는 1만원 수준이라 큰 부담도 없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시행하는 민원 등급평가는 보유계약 건수를 반영해 지표당 민원건수를 산출한다. 때문에 저율 보험으로 보유계약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 민원 등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흥국생명은 2009년 회계연도에 금융당국의 민원 평가 5등급(최하위)에서 매년 1등급씩 상승, 지난해 회계연도에 2등급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생명보험사의 평가등급 변동 추이를 볼 때 전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신한생명도 2005년부터 제휴 상품인 대중교통 보장 보험이 신한생명 전체 보유계약건수의 15%가량을 차지해 제휴 보험을 민원 감축을 위해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한생명의 민원평가 등급은 2009년과 2010년 회계연도에 3등급, 2011년과 2012년 회계연도에 2등급으로 줄곧 상위등급을 유지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제휴보험과 민원 감축은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휴보험의 주요 목적은 계열사인 카드사나 정유사 등과 제휴해 보험료를 내주는 대신 고객 정보를 넘겨받아 텔레마케팅(TM) 영업에 활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1인당 40건의 할당량이 있다고 해도 전체 직원은 500명 수준이니만큼 전부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2만건에 지나지 않는다”며 “10만 건 당 1건으로 평가받는 금감원 민원 평가를 누적도 안 되는 이런 제휴보험으로 희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런 방식의 영업은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고, 최근에는 손보사에서도 고객 정보를 얻고자 많이 시행하고 있다”며 흥국생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항변했다.

신한생명 관계자도 “해당 제휴보험은 민원 평가 이전부터 판매하던 것으로, 민원발생률 조작과는 무관하다”며 “판매 기준도 감독기관의 지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만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정 보험사만의 문제가 아닐 뿐, 이런 식의 민원 줄이기 꼼수는 업계 전반적으로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민원 감축 지침으로 민원 한 건 줄이기가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 주목적은 아닐지라도 저율 보험과 제휴 보험으로 보유계약 건수를 늘려 민원 감축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실제로 민원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10월 말부터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례처럼 편법으로 민원을 감축시키는 사례도 점검 대상이다. 

이를 위해 각 보험사에 200여개 점검 항목이 담긴 보험 민원 감축 표준 매뉴얼을 조만간 배포하고 각 보험사 감사실을 주축으로 세밀한 점검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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