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 죄려던 '가계부채안'…선거 패한 與는 "문턱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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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옥 죄려던 '가계부채안'…선거 패한 與는 "문턱 낮춰라"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1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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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번주중 규제방안 발표..."부채 증가율 8%→4% 목표"
'부동산 민심 폭발'에 여권 규제완화 압박...당국 정책기조 '혼선'
가계부채관리방안이 이르면 이번주 중 발표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대출규제 완화 압박이 거세지며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로 향하는 고객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관리방안이 이르면 이번주 중 발표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대출규제 완화 압박이 거세지며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로 향하는 고객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규제 폭을 결정해야 할 금융당국이 고심에 빠져있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기본 기조로 검토해왔지만,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대출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정책 수립에도 적잖은 혼선이 예상된다.

특히 여당은 선거 기간 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를 늘리겠다고 거듭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가계부채의 고삐를 더 쥐겠다던 금융당국이 정치권 압박을 어느정도 수용할 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홍남기 경체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논의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이르면 이번주 당·정 회의를 거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검토해 온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크게 두 줄기다.

기본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되, 무주택자와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매출 문턱을 낮춰주자는 구상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율이 현재 8%를 나타내며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을, 내년 4%대로 내리기 위해 DSR 40%를 개별 차주에 적용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담겠다는 복안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 2015년 10.9%와 2016년 11.6% 등 두자릿수를 보이다 2017년 8.1%로 낮아졌다. 이후 2018년 5.9%와 2019년 4.1% 등 안정적 수준에 들어섰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으로 증가율이 7.9%로 올라갔다.

금융당국 측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9∼10%로 더 늘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관리하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과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 등이 규제 강화 방식으로 거론된다.

다만 금융위는 각종 규제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하는 방법 역시 검토해왔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기 40년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 도입과 청년층 DSR 산정 시 미래 예상 소득 반영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기자단과 학계 등에 보낸 서한에서 가계부채 억제를 언급하면서 "청년층 주거 사다리 형성에 도움이 될 방안도 병행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애초 지난달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非) 주담대와 비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에 규제정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발표 시점이 4월로 미뤄졌다.

부처 간 조율이 막바지에 이르는 시점이 됐지만,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재·보궐 선거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이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 원인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실패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분석됨에 따라 여당의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여당의 지지세력이었던 20대 남성의 이탈이 뚜렷해짐에 따라 청년 우대책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 직장인에 대한 (부동산) 대책은 조금 더 세밀화시켜야 한다"며 무주택자와 청년층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당국과 여당의 문제의식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서 더 높은 수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면, 금융당국이 정치권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낮추면서 청년층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여당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다만 서로 상충하는 두 과제 중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규제할지 '디테일'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필요하면 여당의 의견도 듣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일러도 다음 주에나 발표될 전망이다. 공식 발표 전 당정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로 이번 주에는 협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외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막판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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