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유럽발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 확산…한국도 등 떠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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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유럽발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 확산…한국도 등 떠밀리나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4.12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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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많은 제조업 중심 한국, 경제적 부담 과도할 우려
대학생 기후행동 서울지부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환경·기후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생 기후행동 서울지부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환경·기후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주요 국가들이 탄소세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국내서도 관련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탄소세 부담이 높은 제조업 비중이 커 경제적인 손실이 과도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에너지, 철강, 정유, 화학 업종으로 화학 외에는 코로나발 불황 충격도 커 제도 도입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오는 6월 탄소국경세 조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관련 협의에 응할 방침을 표했다. 일본에서도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에서 이와 관련된 별도의 협의가 최근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이미 각국에서 탄소세를 도입해 역내 배출량을 관리하고 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어 역내 기업들이 불리한 형국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유럽이 우선적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서두르는 양상이 나타난다.

탄소국경세는 사실상 새로운 관세 조치이기 때문에 각국은 무역분쟁으로 확산될 위험을 방지하고자 다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이 합의 가능한 수준의 탄소국경세를 마련하면 필연적으로 각국의 역내 탄소세 도입도 이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내법상 근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화석 연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중량에 따라 과세한다. 따라서 석탄발전 등을 사용하는 국내 발전사의 경우 탄소세 도입 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자가 발전 설비를 갖추거나 제조 공정상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철강, 정유, 화학 업종 등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국내 탄소세 도입 시 추가 비용부담을 추정한 결과를 내놨다. 당시 전체 법인세수 72.1조원의 10.1%~50.3%에 달하는 연간 7.3조원에서 36.3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업종별로는 이산화탄소 톤당 30달러 과세 시 발전에너지 8.8조원, 철강 4.1조원, 석유화학 2.1조원, 시멘트 1.4조원, 정유 12.2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 기준 가장 높은 기업이 포스코(8148만톤)로 2조9333억원의 탄소세를 내게 될 것으로 계산됐다. 당시 영업이익(3조8689억원)의 75.8% 수준이다.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곳은 한국남동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순이었다. 전경련은 이들 발전사를 포함한 발전에너지 공기업이 부담할 탄소세만 7.3조원에 달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도 걱정했다.

당초 탄소세는 기후변화의 실패를 시장실패로 판단한 글로벌 경제학계에서 최초 제안됐다. 학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 채택 강요나 배출 불허 등 정부의 처방적 규제가 저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경제주체들의 선택 유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세 제도 시행 시 경제주체는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정부가 부과한 세금보다 작다면 스스로 감축할 것이며, 크다면 탄소세를 지불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란 게 이들이 예측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국내 재계에서는 탄소세를 먼저 도입한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등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반면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저탄소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돕는 등 지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화된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파리협정에 복귀하면서다. 현재 EU와 캐나다를 포함한 20여개국이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했고 100여개 국가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도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6월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해 핵심 정책 추진 전략을 수립, 2022년과 2023년 국가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탄소세 관련 정부의 정책 방향도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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