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넥스와 이앙법(移秧法)
상태바
[기자수첩]코넥스와 이앙법(移秧法)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07.11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벼농사에서, 못자리에서 모를 어느 정도 키운 뒤 논으로 옮겨 심는 것을 이앙법(移秧法)이라 한다.

이앙법이 처음 도입된 것은 고려시대였다. 그러나 조선 전기까지는 조정의 금지로 삼남지방 일부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됐다.

불량한 모의 사전제거 및 노동력 절감 등의 여러 장점이 있는 반면, 모내기할 때 비가 오지 않으면 치명적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앙법이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수전농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농법으로 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개별 농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농법이 제공하는 이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논의 수리시설을 개선해 나가자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조정도 이앙법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코넥스시장은 창업 후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5~10년 내외의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하기 전 공신력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공간인 만큼, 못자리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야심차게 개장한 코넥스의 성적표는 아직까지 초라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넥스시장이 영국의 AIM과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좋은 제도’니 믿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반면 투자주체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현재로서는 투자동인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억지로 만든’ 이 시장이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앙법 정착의 주역인 조선시대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앙법을 받아들인 것은 그게 그들에게 수확량 증가라는 직접적인 이득을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동기가 부여되자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받기도 전에 자신의 논을 개량해 나갔다.

코넥스가 애초의 취지대로 중소기업의 '못자리'가 되려면, 시혜성 지원정책 제시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이곳이 근본적으로 ‘금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