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패권 경쟁, 韓 주력 ‘메모리’까지 확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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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패권 경쟁, 韓 주력 ‘메모리’까지 확대 조짐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4.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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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국은 기다리지 않는다”…안보 사항과 직결
정부 지원 움직임에 인텔·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화답’
파운드리 이어 메모리도 영향권…韓 독주지위 타격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반도체 육성 지원책이 포함된 251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반도체 육성 지원책이 포함된 251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UPI 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미국발(發)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1조9000억달러(약 25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500억달러(약 55조원)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배정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초대형 인프라 투자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디지털 인프라나 연구개발(R&D) 투자에서 기다려줄 것 같은가. 장담하건대 그들은 기다리지 않는다”며 “너무 많은 것이 변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후 반도체 지원책과 관련된 법안을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발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미국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생산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온 지 오래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대만)가 56%, 삼성전자(한국) 18%, UMC(대만) 7%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와 대만이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까지 반도체 굴기에 대한 야욕을 멈추지 않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 비유하며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여파가 국내로도 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2일 삼성전자와 제너럴모터스를 비롯한 관련 기업을 초청해 반도체 칩 품귀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사령탑 첫 대면회의에서도 반도체 문제가 논의 대상이 됐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위치한 마이크론 본사 전경. 사진=마이크론 제공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위치한 마이크론 본사 전경. 사진=마이크론 제공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에 화답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인텔이 나섰다. 인텔은 ‘IDM 2.0’ 비전 최근 발표하고,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분야의 외연 확대 움직임도 관측된다.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은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 19.5%로 세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일본 도시바의 사업체였으나 2018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180억 달러(약 20조원)에 매각됐다. 이번 지분 인수에 나선 마이크론은 글로벌 D램 3위·낸드 5위, 웨스턴 디지털은 낸드 3위 업체로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메모리 시장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확대 움직임은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보다 국내 여파가 크다. 파운드리의 경우 삼성전자 중심으로 이제 국내 산업이 성장하는 형국이지만, 메모리는 이미 독주체제가 구축된 시장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42.1%, SK하이닉스 29.5%로 국내 기업이 71.6%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가 32.9%, SK하이닉스가 11.6%를 점유했다. 수출의 ‘최대 효자’ 노릇을 하는 메모리 독주체제가 이번 미국 반도체 패권 경쟁의 여파로 흔들린다면 국내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키옥시아 지분 인수 검토 소식이 마이크론의 기술 추격 발표 이후에 나와 후폭풍이 거세다. 마이크론은 지난 1월 176단 낸드플래시에 이어 4세대 10나노급 D램 ‘세계 최초 생산’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SK보다 최대 2년까지 뒤처져있고 평가받았던 마이크론의 기술 발전이 생각보다 빨라 국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세미나를 통해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강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도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타이밍, 인재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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