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유의 사태 불러온 현대重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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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유의 사태 불러온 현대重 노조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1.04.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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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주선 기자
박주선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간신히 마련한 2차 잠정합의안이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부결되면서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조합원 투표에서 가로막혔다. 지난 2일 전체 조합원 722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투표자 6760명(투표율 93.59%) 중 3650명(53.99%)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앞서 1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제외된 현대중공업 조합원들만 참여했다. 

1차 잠정합의안은 2019년 임금 4만6000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물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의 각종 소송 취하 등으로 요약된다. 2차 잠정합의안은 1차 잠정합의안에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2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회사 창립 이래 2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사례가 없었고, 사측이 한발 양보를 한만큼 조합원들의 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2차 잠정합의안은 결국 임금 문제로 부결됐다. 최근 조선업황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심리가 커졌는데,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 인상분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부결로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교섭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3년치(2019‧2020‧2021) 교섭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사업현황 등을 고려하면 사측의 추가적인 임금 인상이 어려운데다 현 노조 집행부 역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 내부에서는 노노갈등 조짐마저 일고 있다. 2차 잠정합의안 부결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집행부 책임론이 일면서 일부에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조선업황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 전 세계에 발주된 선박을 절반 넘게 수주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68척, 약 55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49억달러 대비 37%를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수주 계약을 따낸 후 건조와 인도까지 통상 1~2년이 걸리는데다 최근 선박용 후판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가뭄 직격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무려 74.4% 감소했고, 올해 역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년 10개월을 넘게 끌고 온 임단협은 결국 노조 손에 달렸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더 최악의 상황을 감당할 것인지, 조속히 추가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진흙탕 싸움을 끝낼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노조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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