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시해진 2030…"실체 없다" 경고에도 가상화폐 투자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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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시해진 2030…"실체 없다" 경고에도 가상화폐 투자 광풍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0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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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59%가 20~30대...흙수저 탈출구로 코인투자 '올인'
日 거래액 코스피 추월..."더 과열되면 투자 아닌 투기" 우려도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시세는 한때 790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시세는 한때 790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부터 월급을 불리려고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회초년생 정씨는 주식보다 단기 수익률이 좋다는 친구의 말에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그는 200만원을 나눠 각종 코인에 분산 투자하는 중이다.

# 30대 직장인 김씨는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 2000만원을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그는 "조정만 거듭하는 주식시장보다 24시간 매매도 가능하고 수익률도 높은 코인 투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증시로 몰렸던 자금이 이제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엔 2030 세대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 열풍을 주도했던 젊은 세대들이 코인시장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실체가 없고 과열됐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2030 세대는 취업난과 주택난 속에 흙수저 탈출구로 주식시장에 이어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주식이 불안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던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비트코인 호재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황을 보이는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에 장밋빛 전망과 여전히 거품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데다가 국내 거래소는 출금 불편, 접속 지연 등 고질적인 장애로 이용자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2030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투자 러시는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코스피가 3000선을 오가며 조정세를 보이며 지난해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점도 이같은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6일 오전 비트코인이 개당 79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일각에선 연내 1억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자신만 뒤쳐져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는 2030의 두려움과 이른바 ‘벼락거지 증후군’이 주식 투자를 거쳐 가상화폐 투자 심리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가 이뤄지는 투자자금도 이미 코스피를 넘어섰다. 가상화폐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월 가상화폐 하루 평균 거래액은 18조 7000억원에 달한다. 같은기간 코스피 개인 하루 평균 거래액이 15조원 수준에 머무는 걸 감안하면 3조 원이나 많은 규모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1336억원이었다. 2월 코스피 평균 거래금액이 19조95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스피 거래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복 계좌를 뺀 개인 투자자는 1년 동안 20대에서 69만명이, 30대는 74만명이 늘었다. 코스피가 3200까지 치솟았다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2030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졌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2030세대의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린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가상화폐 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가상화폐 앱 사용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107만8762명에서 올해 2월 들어 312만3206명으로 189%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30세대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앱 사용자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개월 동안 52.7%에서 59%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2030의 가상화폐 투자가 ‘광풍’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이다. 일부 가상자산은 호재성 공시 이후 하루 만에 가격이 10~26배 이상 급등한 뒤 폭락한다. 일종의 작전주인 셈이다.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마저도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에 등락을 거듭한다.

불안한 국내 거래소의 현실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출금 불편, 접속 지연 등 장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몰리면 어김없이 접속 장애 현상을 겪는다. 이로 인해 수십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화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다. 일각에선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일부 대형 거래소 외엔 줄줄이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가상화폐 광풍은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아닌 투기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2030 젊은 세대가 ‘돈을 벌 기회가 줄고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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