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與에 분노하고 野에 실망한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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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與에 분노하고 野에 실망한 20대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1.04.06 1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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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둘 다 안 뽑으려고...”

20대인 기자가 또래 친구들에게 이번 4.7 재보궐선거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다. 투표 자체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의 20대는 ‘투표’가 민주시민의 소중한 권리 행사임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웠다. 그러나 동시에 20대는, 자신의 권리는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행사해야 함을 잘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들에게 이번 재보궐선거는 ‘권리 위에 잠든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문구보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도 권리’라는 말이 더 통하는 듯 했다.

20대의 ‘정치 입문’ 계기는 명확하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로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정치에 입문해, 지금의 정권을 ‘스스로’ 뽑았다는 주인의식이 있는 세대다. 투표를 하면 손등에 도장을 찍고 본인의 SNS에 자랑스레 ‘권리’를 행사했음을 인증하는 세대가 현 20대다. 지난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율은 58.7%, 30대는 57.1%였다. 비록 다른 연령대에 비해선 낮은 편이었지만 과거에 비해선 많이 호전된 결과다.

이러한 20대의 성향이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20대는 지난 총선에서도 4050과 함께 여당을 전폭 지지했던 것만큼 본래 친여 성향이 강한 세대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이례적으로 야권 ‘핵심 지지층’으로 부상했다. 20대가 여권에 반감이 높아진 이유는 명확하다. 조국 전 장관 사태부터 시작돼 최근의 LH사태까지 이어진 문재인 정권의 공정 이슈와 더불어 20대의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여권의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이 건드렸다. 그리고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감소, 부동산 문제 등 20대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서 현 정권에 실망했다.

그러나 이런 20대의 표심이 과연 야권 측으로 향할지는 모를 일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는 20대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30대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한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라며 “국민의힘에서는 캐스팅보트 연령대를 20대로 본다. 20대의 지지율 격차가 30~40대보다 높다”라고 했다. 그러나 20대 ‘진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 기자가 아는 20대는 원하는 답이 없는 시험은 아예 치르지도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투표함 속에 20대의 선택이 ‘있을지’ ‘없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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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2021-04-07 07:23:28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