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사라지고 '뱅킹'만 생존…시중銀 디지털 전환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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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사라지고 '뱅킹'만 생존…시중銀 디지털 전환 사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0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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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은행업만으로 안돼"....빅테크 맞설 플랫폼 고도화 올인
디지털 혁신 위한 조직정비...영업점 줄이고·가상은행 추진
코로나19 시대 이후 비대면 금융이 확산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방문 고객 없이 한산한 모습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시대 이후 비대면 금융이 확산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방문 고객 없이 한산한 모습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뱅킹은 필요하지만 뱅크는 필요없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은행산업의 변화를 일찌감치 예측했다. 빌 게이츠의 이같은 예측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이 되면서 뱅킹만 남는 흐름은 더 빨라졌다.

은행이라는 업(業)의 특성이 지점이라는 ‘장소’를 넘어 돈과 금융정보를 주고받는 ‘행위’ 중심으로 바뀔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통적인 금융업은 모바일ㆍ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시장트렌드에 요동치고 있다. 

막강한 경쟁자도 등장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유형의 경쟁자가 비(非)금융에서 금융으로 빠르게 진격 중이다. 바로 빅테크(대형 IT기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막강한 포털 영향력을 기반으로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들은 미래 생존을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고,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미래형 디지털뱅킹을 구축하는 일에 올인 중이다. 

점포를 줄이는 대신 실물이 없는 ‘가상 은행’이 탄생한 것도 주목할만한 사례다. 신한은행의 가상 은행인 디지털영업부는 오프라인 영업점처럼 종합금융상담이 가능하지만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한다. 지난해 9월 신설됐다. 

여신 거래가 460% 증가하는 등 수요가 많아 5개월 만에 디지털영업 2부, 3부도 문을 열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채널에서만 거래하는 고객을 위해 맞춤형 소통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QR코드 등을 기반으로 홍보하는 디지털 마케팅 툴(tool)을 개발했다. 

반면 실물 오프라인 점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점포 다이어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영업점 통폐합이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2019년 말 전국 4640개의 점포를 지난해 말 4424개로 216개나 줄였다. 2018년 38개, 2019년 41개의 점포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5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은행들은 디지털 현안에서 밀리지 않으려 비금융에도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닌 빅테크다. 

하루 평균 이용액이 9조원까지 불어난 모바일뱅킹 고도화도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최근 은행들은 뱅킹 앱(애플리케이션)을 ‘플랫폼’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에 가장 주력한다. 최근 은행권은 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생활금융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업계 내 마이데이터나 오픈뱅킹 등 금융혁신 서비스가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뱅킹 앱에 대한 고객의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유입요인을 높이는 게 중요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은행 상품 판매만으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들의 올해 경영 키워 역시 단연 ‘플랫폼’이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금융,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완전하게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뱅킹 앱이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주요 플랫폼이자 소통 창구다. 경쟁 대상인 빅테크 업체들이 두터운 사용자 기반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뱅킹 앱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7월부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식 주문을 가능하게 했고, KB국민은행은 자산·지출관리 애플리케이션 ‘KB마이머니’에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서비스를 포함시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부터 모바일뱅킹 앱 WON(원)뱅킹의 ‘우리제로페이’ 서비스에서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데이터사업자로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시대가 왔다. 엄청나게 혁신적인 서비스보다 일상 속에서 당장 소비자의 편의를 높여줄 수 있는 생활금융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뱅킹 앱 경쟁력 확보에 일부분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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