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10일...총체적 난국에 금융당국 뒷북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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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 10일...총체적 난국에 금융당국 뒷북 수습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04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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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부랴부랴 금융 CEO 릴레이 회동..."혼란 초래 유감" 
은행장들 빗발친 건의에 "펀드가입·상품설명 등 개선 검토"
금소법이 시행 10일째를 맞았지만 금융권 현장의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1일 열린 은행권 CEO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소법이 시행 10일째를 맞았지만 금융권 현장의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1일 열린 은행권 CEO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달 25일 시행된 이후 열흘이 지났다. 금융권 안팎에선 졸속 추진된 제도 탓에 일선 현장에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아우성이 요란하다.

은행 상품에 가입하는데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가 하면 일부 서비스는 아예 중단돼 '보호대상'이던 고객들마저 크나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금소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금융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혼란이 거듭되자 결국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황급히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사태를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1일 국민·신한·우리·하나·제일·기업은행장, 농협·전북은행 부은행장, 부산은행 부행장보와 긴급 회동했다. 은 위원장은 이후에도 금융투자업계(5일), 보험업계(6일), 저축은행 및 여신업계(9일) CEO들을 줄줄이 만날 예정이다. 

금소법과 관련된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장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듣겠다는 취지다. 이미 법은 시행됐는데 뒷북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은 위원장은 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에서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 창구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불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당장 부담이 되겠지만 현장에서 소비자보호가 잘 이뤄진다면 향후 최고경영자 제재 같은 무거운 책임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니 이참에 종전의 금융상품 판매관행을 완전히 바꾼다고 생각하고 금소법의 안착방안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일부 의견에 대해 이제라도 검토 후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선 은행장들은 '꺾기' 방지를 위한 구속성 관련 규정이 너무 엄격해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전후로 한달간 펀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상품 가입이 일괄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금소법은 대출을 빌미로 펀드·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이른바 금융기관의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해 투자성·보장성 상품 구속성 판매 행위 점검 대상을 '전체 채무자'로 넓혔는데, 그 여파로 은행이 대출 실행일 전후로 1개월간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투자성·보험성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고객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경우를 구분해 허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또, 설명 의무 강화로 은행원들이 상품 관련 내용을 일일이 고객에게 읽어주느라 가입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금융위가 '설명서를 전부 안 읽어도 된다'고 했으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에서 핵심상품설명서에 대한 세부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진짜 고객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과 구속성 판매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이 자발적 의사로 필요에 의해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려는 경우 이를 구분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은행장에 따르면 금소법 시행 이후 고객 상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거래 창구(빠른 창구)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창구를 구분해서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금융위가 "좋은 생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 사이에서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금과 펀드의 가입 창구를 분리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금소법이 불완전판매 등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금소법을 은행 CEO들이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이후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 언론 보도에 부담을 느낀 듯, 언론에 관련 내용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계도 기간을 줬는데 그때까지는 검사하더라도 큰 틀에서 할 것이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을 테니 계도 기간 스스로 정비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달라"고 언급하며, 금소법이 잘 정착되도록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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