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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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따라야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1.04.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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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손에 쥔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이다.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만큼 매사에 신중해야 하지만, 검찰은 그러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은 것이 그 증거다.

검찰도 이러한 국민의 매서운 눈초리를 모를 리 없다. 검찰 스스로 개혁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합해 검찰 스스로가 내놓은 제도가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다. 검찰이 자신의 강력한 권한에 대해 외부 통제를 받겠다고 자처한 셈이다. 수사심의위는 사회 각계 전문가 150∼250명을 수사심의위원으로 위촉해 이 가운데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한다. 이렇게 뽑힌 15명 위원이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 여부를 의결한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심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사심의의 권고를 따르는 것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국민과 약속해 만든 이 제도를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 내린 결론과 다르다는 이유로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심의위가 내린 권고를 무시했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10 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들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믿고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했다. 결국 이러한 무리한 기소는 재판 시작부터 재판장으로부터 “공소사실이 어디부터 시작인지 의문이다”며 핀잔을 듣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판사로부터 허술한 공소장 지적을 받은 것을 보면 수사심의위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왜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는지 짐작할만 하다.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프로포폴 의혹과 관련해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표결 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찬성하는 의견이 모두 7명으로 ‘과반수’인 8명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살펴보면 제15조 제2항은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의결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번에 출석한 심의위원은 총 14명으로 과반수는 8명이다. 운영지침에 따라 수사심의위는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 것이다.

검찰은 아직 이러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수사심의위 권고를 또다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과의 약속인 수사심의위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검찰이 ‘좌고우면(左顧右眄)’ 말고 수사심의의 권고를 받아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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