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칼 삼키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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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칼 삼키는 여야'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03.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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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셀프 보상 의혹이 갈수록 확산 중이다. 민주당이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KBS가 측량 참관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29일 "오 후보는 내곡동 땅과 관련해서 양심선언이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했다. 처가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를 떠나겠다고 했다"라며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오 후보 본인 입으로 자발적으로 한 대국민 약속이다. 오 후보는 더 이상 거짓해명으로 유권자를 기만하지 말고 본인 한 말에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일본 도쿄 아파트로 맞대응하고 있다. "세간의 수군거림 그대로 서울시장이 아닌 도쿄시장 후보를 찍어달라는 것(김은혜 선대위 대변인, 21일 논평)"이라며 친일 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투자를 목적으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조수진 의원, 22일 페이스북)"며 진실공방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오 후보도 직접 나서 "박 후보의 당선은 '박원순 시즌 2"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포지티브 경쟁'은 온 데 간 데 없고 앞 다퉈 서로를 헐뜯고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경쟁'만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얼마전 프랑스 야수주의 화가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칼 삼키는 사람'이란 작품을 마주했다. 한 인물이 입을 벌려 세 개의 칼을 삼키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그 인물의 모습은 칼을 삼키는 행위조차도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어 기괴한 느낌이 든다. 요새 4.7 재보선을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괴한 느낌이 떠오른다. 여야의 네거티브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커지게 된다. 여야 스스로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으니 스스로 칼을 삼키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혹자는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 조직표 동원력이 승패를 가르는 재보궐 선거의 특성상 네거티브 선거전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한다. 4.7 재보선 투표일이 휴일이 아닌 평일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고도 한다. 이 같은 선거공학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실체라면 씁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과연 이들의 선거공학을 용인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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