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전 막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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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전 막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1.03.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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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불과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며 여야가 선거운동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미니 대선' 또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과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엿볼 수 있어 의미가 크지만, 여야 공방을 넘는 막말로 인해 국민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여당 4선 중진의원인 윤호중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서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셔야 한다.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 아닙니까"라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난했다.

이에 국민의힘도 즉각 응수하고 나섰다. 조수진 선대위 대변인은 사진 한 장을 배포하며 "선대위 대변인 1차 논평은 이 사진 한장으로 갈음한다"고 했다. 배포한 사진에는 안내문 상단의 '쓰레기 줄이기-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와 하단 '구리시'에 빨간색으로 강조 표시돼 있었다.

하루 전날에는 재보선 후보 본인들의 막말 논란도 있었다. 오세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 환자" "독재자"라고 표현한 과거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과 대신 "야당이 그런 말도 못하느냐"고 했다. 같은 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각별히 언행에 유의하라며 막말 경보를 내린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 후보에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여당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박영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된 것에 대해 "20대는 경험치가 낮다"고 했고,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양당에서 이 같은 막말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초조함이나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여당은 최근 실시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초조할 것이고, 야당은 작년의 참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치는 품격이다.

기자가 국회에 출입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현장학습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한 한 학생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학생은 "여기가 그 유명한 패싸움장인가"라고 했다. 어린 학생의 눈에 비친 한국 정치 현 주소는 '패싸움' 수준인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의 이미지가 동물국회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 우리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  조은산의 '시무7조'에 열광하며 풍자와 격조높은 비판을 즐긴다. 정치를 회의적으로 만드는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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