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들레르와 시의 현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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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보들레르와 시의 현대성
  • 강연우 PD
  • 승인 2021.03.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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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연우 기자] 발레리는 1924년의 강연에서 “베를렌도, 말라르메도, 랭보도 결정적인 나이에 《악의 꽃》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 시인들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살아생전에 그 어떤 그룹이나 유파에 군림한 적도, 진정한 문하생을 육성한 적도, 수많은 모방자를 생성한 적도 없었으며, 사후에도 반세기 동안 맹목적인 비평에 헐뜯겼던 단 한 권의 시집을 가진 시인 보들레르. 이 책은 1857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더불어 당시 세상에 “스캔들”을 일으켰던, 비록 그 진정한 영향이 알려진 것는 더 시간이 필요했으나 전통 시대를 마감함과 동시에 현대성의 시대를 열어젖혔던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 생애의 연대기를 먼저 개관하고, 그의 비평(문학, 미술, 음악), 《악의 꽃》, 《파리의 우울》, 그리고 그 시적 유산과 영향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적이며 사회적, 시적, 미학적 드라마를 탐색한다.

시인이기 이전에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문학비평가, 미술비평가로서의 보들레르는 예리한 비평적 지성을 통해 낭만주의가 시의 신성한 ‘게토’에서 고갈될 위험에 처해 있었던 바로 그때 위험하지만 풍요로운 다른 세계 속으로 시를 밀어넣은 것이다.

낭만주의와 형식주의, 사실주의와 실증주의가 대립하는 반세기 동안 비평은 보들레르가 그 대립 안에 자리잡는 구실이자 현대성의 탐색에 이르는 최초의 길이었다. “보들레르는 하나의 기원이다. 수세기에 걸친 무미건조한 문장과 장광설 후에 그는 프랑스 ‘시’를 창조한다”(피에르 장 주브) . 《악의 꽃》과 사후에야 출간될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은 창조적 언어의 차원에서 이러한 현대성의 직접적인 실현이 된다.

낭만주의에서 성장해 낭만주의와 현대예술을 동일시했던 보들레르가 열어젖힌 현대성의 관계를 밝히는 저자는 《악의 꽃》의 구조 및 시들의 분석과 동시에 현대성을 추구하는 시인의 전체상을 파악하기 위해 장르를 오가며 구조적인 방법론을 취한다. 《악의 꽃》의 역동성과 완결성, 《파리의 우울》의 유동성과 개방성, 존재의 역학과 파열 등으로 보들레르가 가진 현대성의 동력을 이 책은 논증하고 있다.

《악의 꽃》의 고전적인 외양 아래 시간과 역사, 자연에 대한 새로운 자각, 상상력의 재인식, 실존적이면서 존재론적인 차원의 혁명이 이루어진다. “보들레의 작품은 이제부터 무엇이 우리 눈에 시의 색채를 가져올지 결정한다.”(가에탕 피콩)

도미니크 랭세 지음 | 정명희 옮김

도미니크 랭세

1950년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났다.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ENS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1974년 고전문학으로 교수 자격Agrégation de Lettres classiques을 취득,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2015년 퇴임했다. 19세기, 20세기 문학사와 특히 “시적 현대성” 연구에 주력했고, 나탕 출판사의 19세기·20세기 프랑스 문학 선집의 공동 저자이다.

정명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보들레르 연구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2018년까지 25년 동안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아베 요시오의 《군중 속의 예술가―보들레르와 19세기 프랑스 회화》(2006), 가쓰라 아키오의 《파리코뮌》(2007),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201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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