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결정…다시 내후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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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저임금’ 결정…다시 내후년을 기약하며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7.07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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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율 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지난 4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수준의 임금이 올해 4860원에서 350원(7.2%) 오른 5210원으로 결정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첫해에 결정된 2009년 6.1%에 비해서는 인상율이 높다고 강조했는데, 재계는 ‘너무 높다’, 노동계는 ‘너무 낮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재계와 노동계가 각자 자기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인상 수준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배경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18% 인상인 5910원을 주장했고, 경총에서는 1%(50원) 인상인 4910원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 중간에서 줄타기와 저울질을 통해 ‘적정선’으로 판단한 7.2%인상 결론을 내렸고,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근로자의 소득분배 개선과 생활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성 위원장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계산을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반영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공개할 수 없지만”이란 표현부터 수상쩍은데, ‘적절한 계산’이라는 표현은 너무도 모호해 노동자들을 답답하게만 만든다.

오른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보면,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가 하루 8시간, 일요일을 빼고 주 6일을 꼬박 일해서 받는 월급은 100만320원 가량이다. 내년에 물가가 더 오를 것을 생각지 않더라도 백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한달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솔직히 버거운 일이다.

특히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집값으로 절반가량 나가고, 나머지 금액으로 한 달을 버텨내야 한다는 소리인데, 정부가 이야기하는 ‘안정적인’ 계산법에 이들이 고려된 것은 아닌 듯하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이 돈을 벌어주고, 돈이 없는 사람은 가진 전부인 몸을 팔아 생계를 연명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멈출 줄을 모르는 가운데, 얄팍하게 계산된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가장 씁쓸한 사람은 당장 오늘내일을 생계를 걱정하는 빈곤층일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란이 어쨌든 ‘결론’ 내려진 상황에서 시선은 다시 내후년 최저임금으로 옮겨진다. 앞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이런저런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입장 고려를 다 떠나 다수가 손해를 덜 보고, 덜 괴로운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라는 기대는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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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 2013-07-07 16:26:27
경총의 '최저임금 5210원, 너무 높아 지킬 수 없다' 는 위법선언에 법치국가는 침묵하네요.

최저임금 만원이어도 8 시간 20 일이면 한달 160 만원인데, 80 여만원이 너무 높다니 사상최대실적 대기업 회장님들 너무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