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걸 열풍’ 공정함에 목마른 국민들
상태바
[기자수첩] ‘브걸 열풍’ 공정함에 목마른 국민들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1.03.24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해체 직전까지 갔던 그룹이 4년전 발매한 노래로 국내 음원 차트와 음악방송 트로피를 싹쓸이하고 있다. 벌써 음악방송 6관왕. 4인조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얘기다. 소위 ‘역주행’은 한 유튜버의 ‘롤린’ 공연 댓글모음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주목을 받은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브걸 열풍은 깜짝스타의 탄생인 ‘신데렐라 스토리’로 설명될 수 없다. 대중들이 주목한 건 브걸의 과거 행적이다. 위문공연만 50여회를 갔다.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온 거다. ‘노력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데 열광하는 것이다.

브걸의 역주행은 예견되어 있었다. 최근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는 서민들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지난 2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 정부 들어 최저치인 34.1%로 집계됐다. 정계에서는 LH사태가 정부 지지율 하락에 직격탄이 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율 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도 LH사태가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포츠·연예계에서 쏟아지고 있는 ‘학교폭력 미투(Me Too)’도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배구선수 이다영과 이재영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는 이다영의 SNS 게시물이 폭로를 결심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다영은 선배인 김연경의 괴롭힘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피해자 입장에서 보고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학폭 가해자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다른 피해자들도 그들의 아픈 기억을 폭로하는 데 동참했다.

있는 놈만 성공하는 시대다. 조국 사태를 꺼낼 필요도 없다. 공정함이 목마른 상황에서 ‘브걸의 역주행’은 하나의 희망을 던져줬다. 특히 브걸은 동나이대인 MZ세대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브걸은 음악방송 1위 수상소감에서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는데, 이는 현재 MZ세대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실업자 41만6000명. 노력하고 버티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있어야 한다.

담당업무 : 금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