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여전히 거수기… 반대표 ‘0.5%’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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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여전히 거수기… 반대표 ‘0.5%’ 불과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1.03.24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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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 그룹 사외이사 안건 100% 찬성
제도 그대로의 경영권 견제 ‘유명무실’
2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평균 99.53%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상장사의 주주총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사외이사 비중 확대에도 상장사들의 이사회 독립성은 여전히 강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주요 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안건 반대율은 0.5%에 불과했다.

2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64개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277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상장사들은 지난해 이사회를 2991회 개최했고, 안건은 총 6716건 의결했다.

안건별로 살펴보면 사업·경영 관련건이 가장 많았다. 1874건으로 전체의 27.9%를 차지했다. 인사 관련 안건도 1246건(18.55%)이나 됐다. 이어 자금 1122건(16.71%), 기타 1036건(15.43%), 특수관계 거래 997건(14.85%), 규정·정관 441건(6.57%) 등의 순이었다.

회사별 안건 비중 차이도 존재했다. 동국제강은 회사채 발행·담보 제공·유상증자 등 자금 관련 안건이 총 34건으로 전체 66건 가운데 51.2%를 차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계열사 간 부동산·자금거래, 상품·용역거래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 거래 안건 비중이 전체 28건 중 11건으로 39.29%나 됐다.

안건의 경중과 상관없이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다 이사회의 거중기 역할에 만족했다. 

사외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은 평균 99.53%로, 2019년 99.61%와 비교해 경미하게 내렸지만 100%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현대차,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42개 그룹의 사외이사들은 모든 사안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졌다.

보류와 기권을 포함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경우는 33건(0.5%)뿐이었다. 반대의견을 낸 안건은 사업·경영이 17건(51.5%)으로 가장 많았고, 자금부문이 7건(21.2%), 규정·정관 6건(18.2%) 순으로 집계됐다. 인사와 특수관계 거래, 기타 안건에서도 반대의견이 각 1건(3%)씩 나왔다.

그룹별로는 농협 이사회의 반대 의견이 6건이었고, 삼성 계열과 한화그룹·대우건설의 반대 의견이 각 3건, SK와 롯데그룹·대우조선해양·KT가 각 2건, LG그룹·금호아시아나·네이버 등이 각 1건이었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이다.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현재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을 보면 경영권 견제라는 취지가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구축은 한동안 요원할 전망이다. 사외이사가 연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당장 금융권이 그렇다.  4대 금융지주는 25일에서 26일 잇따라 열리는 주총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6명 가운데 22명을 재선임 후보로 추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사외이사의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와 기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로서 조언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사건·사고를 해결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거수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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