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명예 아닌 부 택하려면 공직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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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예 아닌 부 택하려면 공직 떠나라”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1.03.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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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명예가 아닌 부를 택하려면 공직을 떠나라.”

고인이 된 YS는 문민정부 출범 첫 해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제도를 도입하며 반발하는 공직사회를 겨냥해 이같이 일갈했다. 새삼 28년 전 YS의 어록이 떠오르는 이유는 LH 사태로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전까지 고위공직자는 재산등록 의무만 있었을 뿐 공개제도는 없었다. 이에 YS는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1993년 2월 27일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만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며 자신과 직계 가족의 재산을 공개했다.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감사원장, 대통령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재산공개에 나섰지만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여당 내에서는 재산공개에 따른 정계개편론이 제기되는 등 반발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해 5월 20일 여야 만장일치로 재산공개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YS가 “문민정부 개혁법안 1호”라고 평가한 법안이다. 이때 만들어진 법이 현재까지 이어져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안착됐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공공기관·지자체·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 말대로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합쳐 111만여명의 공직자,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 41만명까지 모두 150만여명으로 재산등록 대상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LH 사태에 대한 첫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 막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에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이어진 정부여당의 공직자 재산등록 확대 검토 발언으로 YS 시절의 강력한 공직사회 청렴운동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고위공직자만이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명예가 아닌 부를 택하려면 공직을 떠나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1년도 남지 않는 정부에서 과연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YS의 경우는 취임과 동시에 부패청산 작업에 나섰고, 이로 인해 반발을 넘어서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청산 선언이나 여당의 개혁법안 추진에 ‘만시지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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