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레미콘 시장,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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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레미콘 시장,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1.03.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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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큰 세력 간의 이권 다툼 시 제3자인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때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약자들의 집단이 모여 갈등을 빚자 고래와 새우의 입장이 역전됐다. 새우들의 싸움에 고래 허리가 휘는 모양새다. 

레미콘 시장은 양대 노조의 세력 다툼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2개의 단체가 서로 견제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은 샀지만, 믹서트럭 운송기사(지입차주) 인건비 확대 등을 내세워 대치하자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한숨은 연일 깊어지는 실정이다. 

양대 노조는 지난 18일과 19일 원주시청에서 집회를 가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지입차주들은 지난 18일 현장 점거 시위를 진행했다. 원주지역 내 노조원들이 속한 레미콘 제조사들이 폐콘크리트를 불법 매립해 원주시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해당 집회에는 부산 등 민주노총 소속 운송기사들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한국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노조원 1000여명이 강원 원주시청 주변에서 전날 열린 민주노총의 결의대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시위를 통한 세력권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노노갈등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지입차주들의 전국적인 파업에 레미콘업체들은 이들의 인건비를 예상치보다 높게 올린 바 있다. 통상 레미콘업체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매년 운송비를 5%가량 인상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 당시 지입차주들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15~20%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한국노총 소속 전국레미콘운송연합(전운련)도 행동에 나섰다. 부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 외에는 전운련이 더욱 넓은 세력권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노조들의 세력 다툼이 시작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숨만 쉬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 상황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임에 불구하고 노조 간 대립으로 무리한 요구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운송비 인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속 제품 원재료 가격의 인상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실제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레미콘 출하실적은 1억4693만4535㎥로 2018년(1억5572만5514㎥)보다 5.6% 줄었다. 2017년(1억7429만1322㎥) 대비 15.7%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에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국 레미콘 공장 1083곳 가운데 150개(약 14%) 가량이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이미 누릴 것을 모두 누리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10년 이상 신규 레미콘 트럭 등록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동자의 진입이 막혀 기존 지입차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폐업기로에 선 업체들을 더욱 절벽 끝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노사가 모두 만족하는 상생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고려할 시기가 왔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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