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SK 싸우는 동안 폭스바겐은 새 파트너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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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LG-SK 싸우는 동안 폭스바겐은 새 파트너 찾아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1.03.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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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세계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장기 플랜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배제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K-배터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두 회사가 싸움을 지속하는 사이 경쟁력 하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나오는 자사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줄이고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면서 중국 CATL과 직접 투자 중인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공교롭게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 분쟁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폭스바겐이 변심한 주된 이유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중국시장 개방 후 처음으로 진출한 해외 완성차 업체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자 발빠른 대응으로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할 만큼 중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폭스바겐 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반감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폭스바겐에 배터리 공급을 2년밖에 하지 못하게 됐다. 이를 액면 그대로 2년 동안 차질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관계자들은 드물다. 폭스바겐은 곧바로 새로운 배터리 파트너를 채택한 셈이다.

폭스바겐도 그렇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회사를 죽이고 살리는 수준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양사 간 분쟁이 길어질수록 이차 전지 관련 기초 기술력보다는 공급처 확보 수완으로 성장해온 K-배터리가 일본·중국은 물론 유럽에 있는 경쟁사들에게 역전당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사의 분쟁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사태 해결보다는 자사의 이익에 매몰돼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한 것에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미 판결이 난 상황에서도 ITC 판결 내용을 비판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제소한 이유가 결국 경쟁사인 당시 LG화학 출신 직원을 대규모 채용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은 바뀔 수 없다.

대중의 시선이 법적 판단은 아니겠지만,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은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내용이라도 보길 바란다. 강경 일변도로 분쟁을 지속해온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업계에서는 SK측이 1조원, LG측이 3조~4조원의 합의금 규모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3조~4조원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시장, 더 나아가 배터리 사업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만한 금액일 수 있다. 이번 배터리 분쟁을 구실로 사실상 경쟁자를 재기 불능 상태에 빠뜨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궁지로 몰아넣어 원하는 수준의 합의가 되더라도 향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양사가 한 발짝 물러나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조속한 합의를 추진하는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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