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생은 없나”… 꿈쩍 않는 르노삼성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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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은 없나”… 꿈쩍 않는 르노삼성 노조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1.03.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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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헌 산업부 기자
성희헌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르노삼성은 희망퇴직에 이어 근무조건 변경 등을 두고 노조와 대치를 이루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빠른 합의가 필요한 시점에도 노조의 반발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사인 르노그룹은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르노그룹 내 전세계 공장들 중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 순위는 2019년 5위에서 2020년 10위로 내려갔다. 특히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부상공장 제조원가는 스페인 공장 두 배에 달한다.

이에 르노그룹은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나라로 지정했다.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의 경우 이미 1300여명을 감원했다.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 주기도 4년으로 변경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까지 ‘서바이벌 플랜’에 따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 인원은 400∼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이다. 노조는 “신차 없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좋게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영진 전원 사퇴 요구로 맞서기도 했다. 

희망퇴직이 일단락되자 근무형태 전환 등이 불씨가 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시간당 45대를 생산하는 주·야간 2교대 근무 형태를 시간당 60대 생산하는 1교대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2017년 27만대 생산했던 인원과 현재 인원이 큰 차이가 없지만 생산량은 절반 가량 줄면서 2교대 운영이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어려운 것은 고비용 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판매실적 부진이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르노삼성지회는 천막 농성에 돌입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종료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이 전년보다 70% 이상 급감하면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다. 지난해 르노삼성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11만4630대로 17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르노삼성 노조에 등을 돌리고 있다. 완성차 업계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 타결에 이르지 못한 데다 투쟁만을 외치던 지금까지 행보에서 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정적인 회사가 있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고, 고용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대중이 납득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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