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내부통제…사전 투기 의혹에 신도시 개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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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내부통제…사전 투기 의혹에 신도시 개발 ‘난항’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1.03.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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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도시도 투기 의혹…지자체 공무원도 신도시 토지 매입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계획, 사전 유출 의혹도…국토부 부인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 인근 자투리땅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 인근 자투리땅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지구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다른 지구에서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또 지자체 공무원도 신도시 땅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계획도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에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2018년 12월 직전 토지거래가 급증해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해당 토지를 사들 사실이 확인돼 사전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시스템에 따르면 3기 신도시로 발표되기 직전 달인 2018년 11월 계양구의 순수 토지거래량은 336건이다. 이는 2017∼2018년 월별 기록 중 최고치다. 이 기간 계양구 월별 토지거래량은 최소 52건에서 많아야 132건(2017년 12월)에 그쳤지만, 3기 신도시 발표를 앞둔 2018년 11월에는 거래가 급증, 종전 월별 기록의 2.5배에 달했다. 

이같은 거래 급증 양상을 두고 지역 주민들은 신도시 사업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시도 계양테크노밸리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의 투기성 토지거래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광명시에서는 시 소속 6급 공무원 1명이 가족 3명과 공동명의로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 800㎡를 4억3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감사부서에서는 이 직원을 대상으로 토지 취득과정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토지는 임야로, 수원∼광명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으며 KTX 광명역과 3㎞가량 떨어져 있다. 이 공무원은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시에서도 지난해 말 부천시 고위공무원(4급)이 부천 대장지구 일대 약 2000㎡(600여 평)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이외에도 대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한 시 공무원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부천시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지구에 소속 공무원들 투기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전수조사 대상은 부천시 공무원들과 부천도시공사 직원들이다. 

수도권 뿐 아니라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 등지에서도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LH 직원들이 대구 연호지구, 김해, 남양주 왕숙, 판교에서도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나 분양권 취득에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다”며 “해당 지역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구경북지역본부 토지판매부에서 일한 A씨가 사내 메신저를 통해 투기 정황이 담긴 사내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대화에서 A씨는 대구 연호지구를 언급하며 “여기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연호지구는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이후 LH 직원은 이 땅을 매입할 수 없다. 이같은 발언이 공개되자 A씨는 부인했지만 A씨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계획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이 제2공항 입지 예정지로 발표되기 전인 2015년 7월부터 예정지로 발표된 같은 해 11월까지 성산읍 지역 토지거래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반면 유력한 제2공항 후보지였던 대정읍 지역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즉각 “제주 제2공항 최종후보지 선정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고 입지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2공항저지도민회의는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직전 3~4개월간 토지거래건수가 집중적으로 몰린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사전 정보 유출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부 들어 투기와의 전쟁을 내세워 다주택자 규제를 해왔는데,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이 전문적으로 택지개발 단계에서부터 보상을 노리는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번 정부 규제가 근본적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과거와 다르게 공공이 주축이 돼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만큼 이번 사태로 정책 신뢰가 깨지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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