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변창흠 장관 사퇴 압박, 깊어지는 ‘정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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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변창흠 장관 사퇴 압박, 깊어지는 ‘정부 딜레마’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3.0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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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물러나야”… 공세 수위 높여가는 야당
잇따른 ‘설화’에 정부와 여당도 변 장관 거취 고심
부동산 정책 동력 잃을 가능성 큰 탓에 '진퇴양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야당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지만, 이제는 한국투기주택공사로 국민이 인식할 것 같다. 쪼개기, 알박기 온갖 투기 기술이 동원되고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변 장관이 LH 사장할 때 벌어진 불법 투기인 데다 우연히 땅을 샀는데 신도시가 들어왔다는 인식이 있는 국토부에 조사를 맡기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변 장관에게 즉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의 감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셀프 발본색원한다고 하니 아무도 겁내는 사람이 없고 긴장감이 없다”며 “즉각 감사원 감사에 착수하고 검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국정조사를 해야만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변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불붙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탓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공개적으로 변 장관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날 공개된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변 장관의 문책 여부를 묻자 “최소한의 기본적 상황을 파악한 뒤에야 얘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 총리는 “변 장관이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음 주에 (땅 투기 의혹 관련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가 나오는 만큼 성역 없이 모든 책임을 다 확인하고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송영길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변 장관은 주무장관이자 전직 LH 사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며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당 지도부는 변 장관 사퇴에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 장관이 사퇴하게 된다면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대응을 수차례 피력할 만큼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조사는 현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선 변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변 장관이 취임 직후 발표한 LH 등 공공 공급 위주의 2·4부동산 대책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점이다”면서 “부동산 문제가 지금보다 더욱 악화되면 당장 4·7 재보선은 물론이고 내년 대선에서 최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변 장관의 거취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라며 “정부와 여당 내부에선 특정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기보다는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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