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미프진’ 국내 들어오나…반대 여론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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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태약 ‘미프진’ 국내 들어오나…반대 여론 넘어야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1.03.0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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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미프진 국내 독점 판권 획득
일부 종교·시민단체서는 전면 반대 주장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현대약품이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의 국내 유통을 공식화한 가운데 일부 종교·시민단체 단체의 반대가 거세 향후 국내 허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약물로 낙태하길 원하는 여성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암암리에 불법 의약품 구매를 시도했기 때문에 국내 미프진 공식 유통을 통해 무분별한 약물 복용을 막아야한다는 주장과 약 접근성이 떨어지면 불법 유통은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 미프진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의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다. 미프진은 프랑스 제약사가 개발해 유럽, 미국 등 70여개국에 유통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경구용 임신중단의약품은 없다. 그동안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이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낙태죄가 헌법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임신중단에 대해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공익을 해칠 수 있는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가 불가능했는데,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미프진의 품목 허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국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임신중단 의약품에 대한 수입 및 허가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번에 현대약품이 미프진의 국내 판권을 독점 획득하게 됐다.

현대약품 측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임신중단약물을 구입해 복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복용 용량과 방법, 복용 금기대상 등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미프진 공식 유통을 통해 여성들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품목 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처에서도 지난달부터 ‘인공임신중단약 안전사용 가이드라인’ 작성에 착수하는 등 미프진의 법적 허가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미프진 국내 도입을 반대하면서 허가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일부 종교단체의 경우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는 부작용과 국내 임상 미흡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낙태합법화를 반대하는 바른여성인권연합 등이 포함된 단체인 프로라이프는 “미프진은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 외에도 과다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일반의도 처방하고 원외처방도 가능토록 해야 많은 여성들이 공적체계 내에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부인과 전문의에 한해 제한적으로 약물 처방을 허용한다면 접근성이 떨어지게 돼 불법 의약품 구매는 여전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프진의 국내 도입으로 임신 중단을 희망하는 여성들의 새로운 옵션이 생길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종교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정치권이 미프진 허가를 고민하게 되면 정식 도입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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