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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바꾼 삼성공화국 제3탄
MB정부 출범과 ‘호남인사 배제론’
‘별 중의 별’ 상위 1% 임원서 ‘호남은 나가!’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사장단 및 부사장 가운데 호남 출신 전무
삼성 “영남 모태다보니..특별한 이유 없어”

삼성그룹 내에서 호남출신 인사들이 또 다시 배제되는 모양새다. 호남 지역 출신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해 오긴 했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사상 최대 규모로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 같은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삼성은 지난 1월 16일 18명의 사장을 2선 후퇴시키고 25명을 자리 이동하거나 내부 승진시켜 사장단에 합류하는 등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인사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이었던 인사에서는 48년 생 이전 출생 세대교체, 이재용 측근들 대거 기용, 이기태, 황창규 등의 스타 CEO 퇴진 등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호남출신 인사들의 퇴출이었다. 삼성 내 대표적인 호남 인사였던 배정충 부회장과 고홍식 사장이 각각 세대교체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갈이 되면서 사장단 가운데 호남 인사는 전무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후 호남출신 인사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된 데다 이명박 정권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을 고려해 호남 대신 영남권 인사들을 기용하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의 인재채용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말이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생전에 “호남 출신 사람들은 뽑지 말며 뽑더라도 절대 요직에 앉히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호남출신 인사 완전 배제

실제로 삼성의 주요 임원들 가운데 호남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에서 호남 출신이 임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말도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취임 이후 과감하게 호남 출신 인사도 중용하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 1998년 호남정권의 출범에 맞춰 그 지역출신 임원들을 요직에 앉히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광주고를 졸업한 양 사장은 삼성 내 대표적인 호남 경영인으로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그룹의 돈줄을 쥐고 있었던 삼성생명의 경영 또한 호남 출신인 배정충 부사장에게 맡겼다. 전주고 출신인 그가 그룹의 금고 역할을 하던 삼성생명으로 영전한 것에 대해 당시 재계에서는 호남 출신도 삼성 내에서 요직에 앉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지난 1월 단행된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완전히 배제되면서 다시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남 출신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과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이 각각 세대교체와 실적부진으로 물갈이 됐다. 게다가 각 계열사에서 발표한 17명의 부사장 승진 대상자 중에서도 호남 출신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선동열 감독(삼성 라이온즈, 전남 광주 출신)만 남았다”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범위를 넓혀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 127명을 살펴봐도 호남 출신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출신이 절반을 넘었고, 이어 대구·경북, 부산·경남, 충청이 그 뒤를 이었다.

물론 삼성 측은 출신 지역과 관계 없이 48년생 이전 출생 사장을 교체 대상으로 삼았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지만 부회장단 면면을 보면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46년 생 이윤우 부회장, 46년 생 김징완 부회장, 47년 생 이상대 부회장은 48년 생 룰을 깨고 살아남아 그룹의 실세 3인방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삼성의 대외적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수빈 회장 역시 1939년 생으로 48년 생 룰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재계에서 오히려 주목하는 점은 삼성의 새로운 얼굴들로 떠오른 이수빈 회장(경북 성주), 이윤우 부회장(경북 대구), 김징완 부회장(경북 대구)이 공교롭게도 모두 TK(대구-경북)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이상대 부회장만이 충남 서천 지역 출신이다. 그룹의 대외 ‘입’을 맡게 된 이인용 부사장 역시 경북 출신. MBC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던 이 부사장은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입사했고 지난 인사에서 삼성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신설하는 삼성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맡으며 그룹 실세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이밖에 최주현 에버랜드 사장, 장원기 삼성전자 S-LCD사장 등도 올 초 인사를 통해 영전한 TK출신 인물들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최근 인재등용과 관련해 대체로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2007년 말 호남 출신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비자금 폭로 사건으로 그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뒤 이 지역 출신 인사들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

결국 삼성의 고육지책은 ‘호남 배제’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권의 출범 이후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호남 출신보다는 TK출신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앉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의도적 배제, 정권 고려 사실 아냐”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영남이 모태이다 보니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딱히 호남을 배제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 “정권에 따라 임원을 등용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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