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긴 실적가뭄에 올해도 부동산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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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긴 실적가뭄에 올해도 부동산 판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1.03.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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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킥스 도입 따른 자본 확충 목적
일부 사옥 매각 통해 실적 만회 시도
업계 부동산 규모 2016년 21조원→지난해 18조원 감소
한화생명, 올 들어 수원·분당 사옥 매각 작업 착수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 들어서도 보유 중인 부동산에 대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보험업황이 크게 악화하면서 실적 부진이 수년째 지속하는 가운데, 오는 2023년 새 회계기준인 킥스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4일 업계 따르면 현재 한화생명은 수원과 분당에 소재 사옥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부동산 자산을 크게 줄였다. 삼성생명은 2016년 태평로 본관 사옥을 부영그룹에 5000억원대에 매각한 데 이어 종로타워, 여의도빌딩 등 보유하고 있던 빌딩들을 매각했다. 부동산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4조109억원으로, 2016년 말(5조8158억원)과 견줘 1조8049억원이나 줄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7년 본사로 사용하던 을지로 사옥 등 다수의 부동산 정리를 진행했다. 2016년 1조1839억원에 달했던 부동산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276억원 규모까지 줄었다.

지난해 신한생명과 현대해상도 사옥을 정리했다. 신한생명은 을지로2가 사거리에 위치한 신한L타워를 신한알파리츠에 매각하고 장기 재임차 계약을 맺었다. 현대해상은 강남사옥을 한국토지신탁에 매각했다. 매매 가격 3.3㎡당 3407만원, 매매금액 3605억원으로 단위 면적당 역대 서울 오피스 건물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전체 부동산 규모는 감소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험사가 소유한 부동산 규모는 1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가 보유한 부동산은 지난 2016년 21조2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이후 매각 작업을 거쳐 2017년 20조1000억원, 2018년 19조1000억원, 2019년 18조6000억원, 지난해 18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보험사들이 부동산을 팔아치우는 배경은 우선 내후년 도입 예정인 킥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킥스가 도입되면 부동산을 보유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적립금을 쌓아야 한다. 현행 지급여력(RBC) 제도에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위험 계수를 업무용도 6%, 투자용도는 9%로 보고 있으나, K-ICS에서는 25%까지 보고 있다. 예를 들면 100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려면 현행 제도에서는 6~9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하지만 신지급여력제도에서는 최대 25억원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보험사들의 부동산 매각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손실을 자산 매각을 통해 메우는 셈이다. 다만 부동산 투자가 꼭 수익으로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과 KB손해보험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롯데손해보험은 영업이익이 208억 넘는 적자를 기록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이들 보험사가 유독 나쁜 성적표를 받은 것은 대체투자, 특히 해외 대체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해외 대체투자는 후순위 비중이 작은 등 다른 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편”이라면서도 “향후 전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금리 상승 속에 금융 지원이 조기에 중단된다면 해외 대체투자 자산 부실 규모가 커질 수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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