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매도 폭탄’…시장상황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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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매도 폭탄’…시장상황 반영해야
  • 전유정 기자
  • 승인 2021.03.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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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유정 기자
사진=전유정 기자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역대 최장인 4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주식 비중을 조절하기 위한 매도세인데,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장기간 매도를 증시 부담요인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과 함께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투자주체다. 때문에 국민연기의 주식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리는 배경이 되는 건 사실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날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도 신기록을 새로 썼다.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3조5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30조700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가까스로 코스피 3000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매도세는 올해 초 코스피 대형주의 강한 상승 랠리로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며, 자산배분 비중 조절을 위해 연속 순매도에 나서서다. 앞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17.3%에서 올해 16.8%, 2025년에는 15% 내외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올해 연말 자산배분 목표치인 16.8%에 맞추려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연말까지 23조원가량 추가 매도가 필요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 유입된 ‘동학개미’ 입장에서는 주가를 무자비하게 끌어내리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대량 매도 이유를 밝혀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연기금은 팔더라도 시장에 영향 없게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은 처음 있었던 일이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연기금 측은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다, 미리 정해놓은 자산 보유 비율에 따라 국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론 국민연금이 개인들의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이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를 일일이 밝힐 필요는 없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노후 자산을 늘리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지, 전체 가입자의 일부에 해당하는 주식투자자들의 투자 수익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어서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민연금의 공적인 역할을 감안하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적절하게 매도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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